▲ 서울의 한 주택가. 사진=일간투데이DB

이른바 '월세시대'가 도래했다. 1인가구 증가와 인구고령화 가속 추세에서 청년층과 고령층의 월세비중 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 계층은 월소득의 30% 이상을 고스란히 월세로 내면서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통해 서민주거안정을 도모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택 공급이 부족한 현실이다. 일간투데이는 3회에 걸친 기획기사로 우리나라의 현 주거실태를 파헤쳐보고 해외 사례를 취합해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주택 대책이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주>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서울 한 중소기업 입사 1년차 송모 씨(28). 송씨는 성북구 종암동 소재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다. 보증금 1천만원, 월세 40만원에 계약한 A씨는 주거비용이 늘 부담이다. 보증금 이자는 물론 전기요금과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을 내면 60만원이 훌쩍 넘는다. A씨 월급이 180여만원임을 고려하면 매달 고정지출 가운데 3분의 1이 주거비용에 지불하는 셈이다. 이동통신비와 보험, 학자금대출, 교통비 등 고정지출을 포함하면 여유자금은 고작 80만원 가량 남는다.

A씨는 "힘겹게 취업난을 통과해 사회생활을 해보니 '내 집 마련 꿈'이 말 그대로 꿈일 뿐이라는 것을 직감했다"며 "적금 넣기도 팍팍한 상황에서 결혼은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하모 씨(28)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 하씨는 다세대주택 보증금 500만원에 50만원짜리 월세에 거주하고 있다. 보증금을 더 마련해 전세로 살고 싶었지만, 자금 형편상 어쩔 수는 선택이었다. 그는 "매월 월세와 공과금 등을 합치면 50∼60만원 정도 나오는데 월급은 오를 기미도 안 보이고 돈이 모이질 않아 결혼 생각은 꿈도 못 꾼다"고 한탄했다.

경제를 이끌어야 할 사회초년생들이 사회 문턱부터 주거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을 이겨내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소득 대비 30%에 달하는 주거비용은 큰 부담이다. 이들이 자본을 축적해 결혼과 동시에 내 집 마련을 이뤄야 할 때지만, 값비싼 월세로 인해 모이는 돈이 없는 것이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인구고령화가 늘면서 주거 패러다임도 전세에서 월세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층과 노년층 등 주거취약계층들은 부담스런 월세에 굴레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거취약계층이 점점 굳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와 고령층의 주거 안정성 등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점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월세비중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연령층들이 주거 선택의 폭을 넓게 가질 수 있도록 주거서비스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최근 발표한 '월세비중의 확대에 대응한 주택임대정책 방향'에서 "청년층과 고령층의 대부분 임차인은 전세보다는 월세살이를 하고 있으며 월세 거주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 실장은 "월세에 거주하는 젊은층과 고령층의 주거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주거지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다른 연령층에 비해 목돈마련 부담과 신용제약이 큰 청년층과 고령층이 여건에 맞도록 다양한 주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주거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대시장에서의 월세비중은 지난 2014년 55.0%를 기록하면서 전세비중(45%)을 역전했다. 지난해 월세는 5.5%포인트 확대된 60.5%를 기록했다. 월세비중이 확대된 데는 낮은 시중금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중금리가 저금리 기조로 유지된다면 월세 비중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층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전세비중의 축소와 월세비중의 확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청년이 월세에 거주하는 비중은 2014년 74%에서 2016년 79%로 5%포인트 확대됐고 고령층의 경우 이 비중이 56%에서 63%로 7%포인트 확대됐다.

특히 월세 거주 청년층의 43%와 월세 거주 고령층의 59%가 월소득 100만원 이하에 주로 분포하고 있었다. 고령층의 월소득은 100만원 이하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청년층의 소득분포에 비해서도 더 열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상대적 취약계층인 청년층과 고령층의 경우 월세 비중이 확대돼 높은 주거비부담을 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월세 거주자의 주거비부담이 전세 거주자에 비해 높았는데, 지난해 전세 주거비부담은 22.0%로 나타난 데 비해 월세 주거비부담은 32.1%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2016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층과 고령층의 월세 주거비부담은 각각 34.2%, 37.7%를 기록하며 다른 연령층의 주거비부담인 20% 내외 수준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주거 사각지대에 몰린 청년층과 노인층 등 1인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주거비 부담 여건을 고려한 다양한 주택을 내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은 저금리 기조로 인해 전세보다는 월세를 받길 선호하는 현상이 뚜렸해졌다"며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도 월세문화가 일반적인데,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월세문화가 하나의 주택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 이에 대응한 월세정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제언했다.

송 실장 역시 "다만 이런 월세의 굴레가 굳어질 경우 청년층의 만혼이 증가해 저출산이 심화되고, 최하위 소득 고령층의 생계위협이 심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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