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수포자로 만드는가

[일간투데이 황한솔 기자]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요즘 수학 때문에 골머리가 아픕니다. 아이가 수학에 흥미를 잃어 포기할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보기에 수학 난이도가 많이 올라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이 때문인지 과거 고등학교에나 나오던 수포자가 이제 초등학교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8.1%가 수학공부를 포기했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의 36.5%가 수포자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둔 김씨는 "우리 학교 다닐 때와 달리 지금 초등학교 수학 문제 난이도가 너무 오른 것 같다"며 "도와주려고 문제집을 보면 생각보다 어려워 당황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교육전문가들은 수학을 입문하는 아이들도 수학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스토리텔링 수학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스토리텔링 수학이란 수학적 개념과 의미를 역사나 일상생활 사례에 접목해 이야기 형식으로 문제를 만든 것입니다. 이 방식은 수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 스토리텔링이 수학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한글을 충분히 익히지 못했거나 문장 이해 능력이 떨어지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수학 문제의 문장 자체를 아예 해독하지도 못합니다. 이에 연산 능력도 당연하게 뒤처질 수 밖에 없습니다. 

즉, 한번 수학개념을 놓치다 보니 계속 따라가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시민단체가 1, 2학년용 수학익힘책에서 어려운 문항을 뽑아 3학년 학생들에게 시험을 보게 했더니 평균 점수가 100점 만점에 30점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카드를 이용해 두 자릿수의 뺄셈을 응용하는 문항의 경우 정답률은 5.1%에 달했습니다.

수학을 포기하는 원인 중 하나는 잘못된 교육방식도 있습니다.

이는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에 포함돼 있습니다. 기계적인 문제풀이 위주 교육 때문에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수학의 원리를 이해하지 않고 단순히 공식만 외우다 보니 응용문제에선 취약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교육계 전문가는 "무작정 공식을 암기하거나 문제풀이만 집중한다면 금세 한계를 느끼고 수포자 대열에 오르기 쉽상"이라며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념과 원리를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수학공부를 일찍 시작하고 열심히 하는데도 2011년 국제 수학과학성취도 평가에서는 한국 중학교 2학생의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42개국 중 38위 입니다. 선호도는 41개위로 꼴찌 바로 앞입니다. 

하지만 시험 성적으로 평가 성취도는 1위를 차지했습니다. 

수학을 잘하고 있음에도 두려워하고 싫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입시를 겨냥한 암기식 수학교육 때문에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는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권 학원의 선행 교육정도는 평균 4.2년이고 최고 7년을 선행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2014년 수능에서 수학을 30점도 못 받는 인문계 학생들이 38%에 달하는 반면, 수학의 정석을 푸는 초등학생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교육당국은 지난 10년간 사교육을 바로 잡고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수학 교육수준을 하향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시험과 수능 등 '평가'는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사교육 없이 학교 교육만 받은 학생은 오히려 점수가 얻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K대학 한 교수가 "평소 농구를 할 때 1m 앞에서 슈팅 연습하라고 하고 정작 시험 볼 때는 10m 밖에서 하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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