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저정과자 해고 허용,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폐기 발표
진보정권, 보수정권의 정책 원점으로 되돌리는 첫 공식 노동정책

▲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김승섭 기자] 문재인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를 허용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인 양대 지침을 폐기했다.

지난해 1월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 양대 지침을 결정하자 노동계가 '쉬운 해고'와 '노동 개악'이라고 강하게 반발해온지 1년 8개월 만이다.

현 진보정권이 직전 보수정권의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며 노동자의 입장에 선 첫 공식 정책을 펼치고 나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서 김영주 장관 주재로 47개 산하 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전국 기관장 회의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박근혜 전 정부가 내세운 노동개혁 핵심 양대 지침은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말한다. 공정인사 지침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도록 '일반해고'를 허용하는 게 핵심이었다.

일못한다 싶으면 나가라거나 알아서 사표를 내라는 얘기인데 노동계, 근로자들이 볼 때는 절대 불리한 조건이었다.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고하거나 권고사직을 권하는 것이었는데 후자의 경우도 국가에서 실업급여를 줘야 해 막대한 세금이 나가며, 무료 직업훈련이나 내일배움카드 등을 발급해줘야 한다.

회사로서도 직원이 부적응하거나 업무효율이 극도로 떨어져 쓸모가 없다는 판단 아래 권고사직을 시키다 보면 그 숫자가 누적될 경우 나라에서 임금의 절반을 지원해주는 인턴사원도 쓸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왔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1월 22일 정부의 양대 지침 도입 발표에 반발해 노사정위에서 탈퇴한 바 있으며 이후 양대 지침 폐기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노정 대화를 위한 선결 과제 중 하나로 내걸었다.

고용부는 회의에서 양대 지침 도입 과정에서 노사 간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돼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 등 노정 갈등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양대 지침 적용 과정에서도 노사 갈등, 민·형사상 소송 등 혼란이 지속돼 폐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양대 지침 폐기로 사회적 대화 복원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또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산업재해 예방, 부당노동행위 근절, 임금체불 방지·청산 등 3대 현안 과제 해결에 주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최대한 줄이도록 지방관서가 현장 지도와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김영주 장관은 "내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를 맞아 체불 노동자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하반기에는 고용센터 중심으로 일자리 발굴에 나서고 일자리 사업을 차질 없이 시행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7천530원 인상과 관련해 현장 의견수렴과 모니터링에 신경 써주고, 전국 10곳에 설치된 현장노동청이 종료될 때까지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진보정당에서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오늘 쉬운 해고를 허용하는 '공정인사지침'과 사용자 멋대로 노동자에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는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공식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추 대변인은 "이 양대 지침은 지난 박근혜 정권이 사실상 기업들의 편에 서서 쉬운 해고에 대한 빗장을 열어주는 대표적인 노동 적폐였다. 특히나 정부 지침을 통해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적인 노동개악이었다"며 "정의당은 이 양대 지침이 발표되던 당시부터 저성과라는 주관적 잣대로 사용자가 해고의 칼날을 맘대로 휘두를 수 있게 하고, 임금 및 근로조건과 관련한 단체교섭권을 사실상 무력화 시키는 내용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폐기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고 강조했다.

추 대변인은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노동상황은 이미 처참한 수준"이라며 "있는 법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현실 속에서 열정페이, 비정규직 남발, 제멋대로 해고와 같은 반노동적 행태들이 여전히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오늘 양대 지침의 폐기를 시작으로 정부는 노동권 회복과 수호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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