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의 충격을 강조할 때 빠지지 않고 강조하는 것이 바로 유전공학기술이다.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기술 그리고 유전공학기술이 결합되면 인간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정도로 급속한 변혁을 겪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론이다.

유전공학기술이 몰고 올 미래사회의 변화는 식량산업과 의료산업 부문에서의 가히 혁명적 변화라 할만하다. 의료산업부문의 혁명적 변화는 유전공학기술의 발전에서 나오며, 인류의 질병을 사라지게 할뿐 아니라 건강장수 산업이 무한 팽창하는 사회로 전환되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인간배아 및 체세포 대상 유전자 치료 기초연구를 허용할지 검토에 들어간 점은 긍정 평가할 만하다. 이미 영국 등 선진국에서 이 연구를 허용한데다 국회도 관련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간배아 대상 유전자 치료 연구를 금지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개정'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다음 달 수렴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는 생명윤리법이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유전자 치료 연구의 범위가 모호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유전자 치료 연구 범위를 명확히 하고,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조문 개정을 통해 연구자들이 창의성을 가지고 엄격한 책임 아래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한 것이다.

이런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는 최근 국내 연구진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인간배아(체세포복제배아) 대상 유전자 교정 연구를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잇따라 수행하면서 국내에도 이런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팀이 인간배아에서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교정한 게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인간배아 연구는 생명윤리 문제를 필연적으로 야기한다. 현행 생명윤리법에서 인간배아는 물론이고 난자, 정자, 태아에 대한 유전자 치료 적용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생명윤리법이 제정된 가장 큰 이유는 '인간복제'를 막기 위함이었다. 배아를 만들어 자궁에 착상시키고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시키는 전체 행위를 금지했고 2005∼2006년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난자 등 생식세포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규제가 강화됐다.
반면 해외에서는 인간배아 유전자 치료 적용은 기초연구에 한해선 허용하는 쪽으로 돌아선 추세다. 물론 무조건이 허용하지는 않는다. 수정 후 2주까지의 배아 연구만 할 수 있고, 착상은 금지하는 등의 규정이 있다. 중국, 일본, 영국은 기초연구를 허용했고 미국은 연구비를 제공하는 주(州)도 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의 연구 환경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있다. 제4차 산업혁명에 편승하지 못하면 국가적 역량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절박한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 법적 규제를 풀어줘야 만 한다. 종교계, 윤리계, 보건계, 법조계 등은 인간 복제와 생명 경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안전판은 마련하되, 인간배아실험 기초연구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주는 전향적 입장을 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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