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획특집팀 황한솔 기자
[일간투데이 황한솔 기자] 서울의 문화, 관광, 쇼핑의 1번지로 불렸던 명동이 처참히 무너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내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사랑받았던 명동은 이제 없다.

그럼에도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은 서울 중구 충무로 1가에 위치한 '명동 네이처리퍼블릭'이다. 2004년 이후 14년째 땅값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이 많아 호황기를 누렸을 때만 해도 높은 임대료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금한령으로 중국인이 대거 빠지면서 명동 상권은 불안에 떨고 있다.

큰손이라고 불렸던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명동 상가의 세입자들은 높음 임대료에 월세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명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금한령 여파로 중국인들이 대거 빠져서 사업자들이 명동을 나가고 싶어 한다"며 "명동 사업자들은 임대차기간 때문에 나가지도 못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동이 이렇게 쇠퇴하게 된 현실은 자업자득이며, 명동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금한령이 아니라 명동 자체의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들은 명동이 고유 명소의 정체성을 버리고 상업적으로만 갔다고 불편해 한다.

이 곳 업체들은 큰 돈을 쓰고 가는 중국인이 늘어나다 보니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조선족 직원과 중국인 직원들만 채용했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내국인에 대한 서비스는 줄어들고 중국인에 대한 서비스가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으로 호황기를 누렸을 때 한 업체 관계자는 "1000원짜리 매니큐어 사는 내국민 10명보다 수십만 원어치 구매하는 중국인 1명을 응대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명동을 찾았다는 김모(38·서울 용산) 씨는 "요즘 금한령으로 중국인들이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명동에 오고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며 "화장품 가게들만 있고 지나친 호객행위와 어눌한 말을 하는 중국인 직원에게 서비스를 받기 싫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인 씨트립은 이번 연휴 해외여행에 나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6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7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만 바라보고 있던 명동 상가는 중국인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에 더 울상이다. 하지만 단일 소비층에만 의지하는 시장은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명동은 변화가 필요하다.

중국인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버리고 내국민과 함께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이번 위기가 명동을 바꿀 수 있는 적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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