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기업의 단가후려치기·대금 부당 지급·기술탈취로 폐업 위기"
손배 입증책임 완화 입법해야…사법부·공정위 역할 강조 주문

▲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민생상황실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기업의 하도급 갑질·기술탈취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사례 발표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LG전자·대우조선·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한화 등 국내 굴지의 재벌 대기업들이 원·하청 관계를 악용한 이른바 '갑질'행태를 벌이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하청업체나 협력사에 대한 단가후려치기·대금의 부당지급·노동자 불법파견·물량 속이기 등에 더해 부당하게 계약을 해지하고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가 26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민생상황실과 함께 26일 국회에서 연 '하도급 갑질·기술탈취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사례 발표대회'에서 이들 재벌대기업으로부터 하도급 갑질·기술탈취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당사자들은 직접 사례증언을 하고, 입법적·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비록 발표내용은 피해기업의 주장으로서 확정된 사실은 아니지만 이들의 증언은 세계시장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는 휴대폰 제조업계를 비롯해 조선업계·건설업계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 업계의 어두운 이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아보면, LG전자는 지난해 모듈형 혁신 스마트폰으로 내놓았다 유격불량으로 논란을 빚은 'G5' 케이스 하자 책임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하고, 2차 하도급업체의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소급 감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하도급업체 대표는 "LG G5케이스는 애초에 LG전자와 1차 하도급업체인 파인테크닉스가 품질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설계상의 문제가 있는 가운데 2차 업체에 하도급을 맡겼다"며 "그 결과 최종 납품에 합격한 수량은 3분의 1만 통과시키고 나머지 불량품에 대한 책임을 하도급 업체에게 '고통분담'이라는 명목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LG전자·파인테크닉스 모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2차 하도급 업체에게 상대방에게 알아보라며 책임을 전가해 2차 하도급 업체를 비롯해 재하청 업체들이 폐업에 이를 정도로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상현 대우조선해양 피해 사내협력사 대책위원장(한성기업 대표)는 "대우조선은 위장 및 허위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해 협력업체 인건비도 되지 않는 낮은 하도급 대금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대우조선의 잘못을 협력업체에 떠넘겨 대금을 미지급하고, 계약·대금정산 등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강압적 합의를 강요해 협력업체는 갖은 부담 등으로 폐업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또한 불법파견과 허위도급계약서 작성, 자의적인 대금삭감을 했다고 지적받았다. 한익길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 권리찾기 추진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은 사내 협력사들에게 인력투입을 요구하면서도 법망을 피하기 위해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일방적·자의적으로 결정한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그 결과 사내 협력사들은 최근 4~5년 사이 큰 손실을 보고 50~70여곳이 폐업 위기에 처하면서 그에 소속된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갑을 관계를 이용한 기술탈취 증언도 나왔다.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는 "현대자동차가 미생물을 이용한 정화기술을 탈취해 지난 2015년 4월부터 현재까지 22억원의 매출이 감소했으며 지난 6월에는 나머지 화학제품에 대한 계약도 강제로 해지해 현재 매출이 전무해 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증언했다. 박재국 오엔씨 엔지니어링 대표는 "현대차에 전동실린더 기술을 탈취당해 10억원에 가까운 개발비 손실을 봤는데 수 백 억원이 넘는 원가절감을 한 현대차는 제대로 보상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화는 에스제이이노테크의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장치 기술을 하도급 계약 과정에서 탈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뒤이어 진행된 '하도급 갑질·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서치원 변호사와 손보인 변호사는 "원하청의 갑을관계를 이용한 대기업들의 행위가 관련법상 위법 행위이지만 그동안 공정위와 사법부가 소극적인 행정과 판단을 해서 제대로 구제받지 못했다"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입법을 통해 피해자가 부담하는 손해액과 손해발생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사법부도 원론적으로 입증책임만을 강조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도 적극적인 조사와 행정활동 등을 통해 하도급·기술탈취 행위를 철저히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하청·중소기업에 대한 원청 및 대기업의 갑질과 불공정 하도급·기술탈취 문제는 피해기업의 줄도산과 이에 따른 대규모 임금체불 사태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며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하도급 갑질·기술탈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세계 수위를 다투어온 우리 조선업계와 스마트폰 업계는 물론 미래 먹거리인 신성장 산업 분야의 생태계가 튼튼해질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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