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한령이 떨어지기 전인 지난 2015년 한국 면세점 시장은 세계 시장 점유율 14.4%를 차지할 만큼 잘나가던 사업이었다. 그러나 그 붐을 일으킨 장본인인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298억 원 적자를 봤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2분기 44억 원 적자를,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이 47% 감소했다. 사업권 반납과 규모 축소, 임금삭감, 임대료 인하 요구 등 발품을 팔고 있지만 유커의 빈자리를 메꾸는 것은 무리다.
정부 역시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특허심사 등 면세점 제도 전반을 재점검 한다면서도, 업계가 주시하는 특허기간 연장과 임대료 관련 사항을 쏙 빼놓은 '1차 면세점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꿀단지로 예상했던 면세점이 현재 정부와 공항공사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다.
그러나 이 같은 면세점의 영업난이 비단 정부 규제와 사드 리스크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유커가 주로 찾는 쇼핑몰과 제휴 하거나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을 이용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한쪽에 치우친 혜택과 서비스에도 문제가 있었다. 뒤늦게 내국인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면세점 업계는 금한령이 언젠가 풀릴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종종 찾아오는 유커를 위한 서비스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비중이 큰 고객을 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업계 전반이 하나의 수도꼭지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면세점의 미래를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사업권을 남발했던 정부 역시 그 책임을 통감하며 빠른 시일 내 보완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차일피일 미루다간 관광대국을 이루기 어렵다.
임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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