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도심권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案
국회 법사위 통과 '불발'

"영업기밀 공개 강제는 안돼"
한국당, 과잉규제 내세워 반대

경실련 "주거안정 역행" 규탄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대표적 진보시민단체와 보수 제 1야당이 공공택지 분양원가 공개 등 건설정책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8일 성명을 통해 "분양원가를 61개 항목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결코 과잉 규제가 아니며 분양가의 투명성을 높이고 거품을 제거함으로써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지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공택지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61개로 확대 및 불법 전매 처벌을 강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하지 못한 데 대해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경실련은 "공공택지 분양원가 공개는 지난 2007년 참여정부에서 61개 항목으로 원가가 공개됐으나 2012년 이명박 정부가 12개 항목으로 축소했다"며 "법으로 규정되지 않다 보니 관료들의 입맛에 따라 쉽게 후퇴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공공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은 입주자 모집 공고시 ▲택지비 3개 ▲공사비 5개 ▲간접비 3개 ▲기타비용 1개 등 4개 항목의 12개 정보를 공개한다.

공사비 항목의 경우 토목·건축·기계설비·그 밖의 공사종류·그 밖의 공사비 등 5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원가 공개가 61개로 확대되면 공사비 항목은 토목이 다시 세분돼 토공사·흙막이공사 등 13개로 늘어나고 건축은 23개, 기계설비는 9개로 증가하는 등 총 50개로 대폭 불어난다.

택지비 항목도 3개에서 4개, 간접비 항목도 3개에서 6개로 각각 증가해 공개 정보는 총 61개로 늘어나게 된다.

경실련은 또 "자체 조사결과 공개 항목 축소 이후 수도권 공공택지 아파트조차 한 채당 1억원이상 상승하는 등 분양가 거품이 심각해져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은 늘어났고 그만큼의 이익은 건설사들이 챙겨갔다"며 "분양원가공개 항목 확대는 공공택지 분양아파트의 가격 거품을 제거해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양권 불법전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전매로 얻은 이익의 최대 3배까지 벌금을 물리는 것은 기존 벌금액이 3천만원 한도로 제한돼 있어 처벌수위가 낮아 실효성이 없어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는 주택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민생안정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참여정부 시절 수준으로 다시 공공택지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분양원가가 사업상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공개를 강제해선 안 된다'는 건설업계 처지를 대변한 셈이다.

해당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의결되지 못한 채 '내용 수정'을 이유로 제 2소위원회로 회부됨에 따라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현재로선 이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회기가 끝난 뒤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 달 8·2 대책을 발표할 때 불법전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법 개정안에 반영되도록 의견을 개진해 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법에 규정하지 않더라도 시행령을 통해 공개 항목을 늘릴 수 있도록 개정안을 수정 의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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