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있는 자동차 교환·환불 가능 '레몬법' 통과됐지만 소비자 보호 되레 퇴행
교환·환불 요건 강화, 소비자 피해 구제 제도 제약…독립 소비자 보호법제 제정 제기돼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고향으로 관광지로 장거리 이동수요가 많은 장기 연휴 시즌인 요즘 여행객들의 소중한 발이 되는 자동차에 결함이 생기면 보통 낭패가 아니다. 목적지 도착이 지연돼 발을 동동 구를 뿐만 아니라 큰 사고로 이어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에 결함있는 자동차의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일명 '레몬법(불량 자동차를 뜻하는 '레몬'을 교환·환불하는 법)'이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소비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교환·환불 요건은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보다 후퇴했고 강제 중재로 소비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가운데 입증책임 전환 관련 내용이 부재해 소비자 보호가 오히려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는 독립된 소비자보호법제가 아닌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통해 도입됨으로써 진정한 소비자 보호법이 아니라고 꼬집고 있다. 

경실련 등에 따르면 우선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의 까다로운 요건은 실제 결함있는 자동차의 교환·환불을 어렵게 하고 있다. 개정안은 '1년 2만km 이내 중대한 하자 2회 이상 수리'를 요건으로 하고 있어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2년 4만km 이내 중대한 하자 2회 이상 수리'보다도 후퇴했다. 특히 주행 중 엔진 꺼짐 등과 같은 중대한 하자는 단 1회만 발생해도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레몬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교환·환불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쟁해결 방법 역시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개정안은 자동차회사가 국토교통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사전에 교환·환불 중재 규정을 수락하고, 소비자가 매매계약 체결 시 또는 분쟁요청 시 교환·환불중재규정을 수락한 경우 중재절차를 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전중재합의 시 소비자는 '소비자기본법' 상 소비자분쟁조정과 같은 대안적 분쟁해결 절차를 이용할 기회를 박탈당하며, 공정하지 못한 중재결과가 나와도 소송도 제기할 수 없게 되어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비자 피해구제의 가장 핵심이 되는 입증책임의 전환 내용도 빠졌다. 2만 여개의 부품과 수많은 전자장치들로 이뤄진 자동차의 결함을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동차 회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입증하라고 책임을 부과해 사실상 소비자 피해 구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 행정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법률로 품질보증 관련 소비자보호법제인 레몬법과 입법 취지가 맞지 않다"며 "불량자동차의 위협으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독립적인 소비자보호법으로서 '자동차 교환·환불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