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12일 본격 돌입한다. 북한 핵과 미사일,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상징되는 한반도 안보 위기에다 가중되는 민생의 어려움에 처한 우리 현실에서 국감은 국정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회이다.

국감은 행정부를 상대로 한 국회의 감시활동이라는 점에서 여야는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회의 존재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과거처럼 야당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매몰되고, 여당은 정부를 감싸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될 일이다.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권 기상도는 기대 난망이다. 예컨대 이번 국감에서 가장 뜨거운 공방을 주고받게 될 주제는 '적폐청산'이다. 이미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겨냥한 적폐청산 국감으로 규정했다. 당장 여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장악 의혹 관계자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한국당도 맞불을 놓을 전략을 짜고 있다. 의혹에 대한 반박 수준을 넘어 문재인 정부를 '신(新) 적폐',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해 반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과거 참여정부 시절 ‘대북 퍼주기’와 언론 탄압,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 국가정보원 불법 도청 사건,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을 파헤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여야는 전전(前前) 정권·대통령도 모자라 전전전(前前前) 정권·대통령의 과오를 문제 삼아 소모적 정쟁을 일삼고 있다. 여야 행태를 볼 때 끝없는 대치 정국은 앞으로도 계속될 개연성이 짙다. 민심과는 동떨어져 있다. ‘정치권은 제발 싸우지 말라’는 게 한결같은 추석 민심이다. 나라 안팎의 위협 요인으로 안보·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여야가 ‘정치리스크’까지 키워서야 되겠는가.

걸핏하면 발끈하는 야당의 태도도 문제지만 국정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의 과거 집착 논란도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그동안 정부 부처마다 설치된 적폐청산 태스크 포스(TF)가 의혹을 제기하면 여당이 여론몰이를 하고 사정당국이 수사하는 식으로 과거사 파헤치기가 진행돼 왔다. 당·정·청이 야당 반발과 협치 실종을 자초한 격이다. 여권이 국정 책임을 다하려면 먼저 과거사 늪에서 헤어나야 한다.

또한 생산적 국감을 위해선 여야 정쟁을 지양해야지만, 피감기관을 대하는 여야 의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슈퍼 갑(甲)’으로 군림하려는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공부하지 않은 의원일수록 호통부터 치고 본다는 걸 국민은 안다. 올해 정기국회부터 도입된 ‘국정감사 증인신청 실명제’의 취지를 살려 무분별한 증인 신청과 채택에 신중을 기하길 기대한다. 여야 대표가 저마다 무분별한 증인 채택을 자제하겠다고 다짐했다면,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심이 향하는 곳을 살펴 국정 방향타를 제대로 잡아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감 무용론’이 예전처럼 제기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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