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 된 지 2주정도가 지났지만 그 존재감이 미미하다. 기자 본인도 이 행사가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기자로 일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몰랐을 행사다. 추석 연휴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미국 최대 할인행사 '블랙프라이데이'를 본뜬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지난해 박근혜 정부 주도 하에 내수 진작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탄생한 대규모 쇼핑 축제다. 올해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말까지 총 34일간 열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지난해 진행된 1회 대비 11억 원을 늘려 51억을 투자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VR(가상현실)로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를 비롯해 행사 기간 동안 카드사 무이자 할부 및 캐시백 적립 등 다양한 혜택과 이벤트를 제공한다.

기자의 메일로 도착하는 기업 보도자료 역시 이번 행사와 관련된 홍보물이 있다. 실제 기사화하기도 했지만 다소 억지스러움이 느껴졌다. 가을맞이·추석과 맞물려 쏟아지는 수많은 '할인'관련 자료 속에 어떤 것이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위함인지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일반적인 정기세일 대비 할인폭이 큰 편도 아니며 카드사 무이자 할부 등 혜택도 특별함을 느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도 황금연휴기간 동안 나들이를 겸해 복합쇼핑몰 등을 방문했으나 이 행사를 위해 일부러 매장을 찾은 적은 없다는 반응이다.

이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풍경과 사뭇 다르다. 흑자전환을 위해 기업과 브랜드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탄생한 블랙프라이데이는 거의 모든 브랜드가 참여하고 최대 90%까지 세일하는 등 그야말로 통큰 할인을 펼친다. 이에 해당 매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마지막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에 시작해 연말까지 진행되며 미국 연간 소비 약 20% 가량이 이때 발생한다.

코리아세일페스타를 향한 미지근한 반응은 잘못된 모방에서 왔다고 본다. 업계가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정에 따라 구색 갖추기에 불과한 할인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VR쇼핑 역시 미래지향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지만 개인에게 VR기기가 없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4차 산업혁명을 핵심으로 잡은 정부 차원의 접근에 불과하다.

화제가 될 만큼 파격적인 특가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남은 기간 흥행 요소는 딱히 없다고 본다. 다음해에 또 행사가 진행된다면 국내 최대 할인행사로 기억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홍보가 필요하다. 할인행사에 몸값 비싼 연예인을 활용한다는 것은 어쩌면 모순이지만 자리를 잡기 전까지 한류스타를 활용한 우리나라만의 홍보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기업들의 일괄적이고 통일된 참여도 함께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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