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 奉拜山 자락 通一寺 서북쪽 위치… 마야부인상
엄기표 교수(문화재위원) “문화재적 가치 보존 시급” 밝혀

▲ 경기 광주시 봉배산 자락에 위치한 通一寺 서북쪽에 있는 마애불.
감실 안에 불상 조각 특성


“우리나라에서는 사례가 드문 마애불(磨崖佛)입니다. 불교사뿐만 아니라 미술사적으로도 중요한 불상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단국대학교 교수로서 서울시 문화재 전문위원(전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인 엄기표(사진) 박사는 남한산성 초입 경기도 광주시 목현동의 봉배산(奉拜山) 자락에 위치한 통일사(通一寺) 서북쪽 마애불에 대해 이같이 평가하면서 “당국은 마애불이 더 이상 인위적 파손이나 자연 마모되지 않고 문화재적 가치가 영구히 보존되도록 시급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마애불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모친 마야부인상을 양각한 모양새다.

통일사 마애불의 사료적 가치에 대한 엄 교수의 시각은 명쾌하다. 통일사 사역(寺域)을 중심, 남쪽 편으로 흘러내린 능선 상에 대형 암벽이 있고, 이 암벽의 남쪽 면에 주목되는 독특한 마애불이 조각돼 있다. 이 마애불은 거친 암벽을 거의 자연 그대로 활용해 새겼는데, 암벽 끝부분에 깊게 감실(龕室)을 마련해 그 안에 불상이 조각된 것이다. 그래서 불감(佛龕) 형식으로 마애불을 조성한 측면이 주목된다는 견해다.

현재 이 마애불은 하부 조각 상태로 보아 동물상이나 별도의 대좌를 마련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엄 교수의 견해다. 현재 마모와 파손이 심해 원래 모습은 알기 어렵지만 연결 부위가 원형으로 조각됐고, 그 위에 놓인 대좌 형태로 보아 연화좌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화좌가 단독 불상이나 마애불에선 많지 않지만 불상 광배에 표현된 화불(化佛)의 대좌형식으로는 많이 채용된 기법이라는 의견이다.

마애불 역사와 관련, 엄 박사는 “현재 사역 일대에서 기와 편 등이 출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사찰이 있어 불교 신앙과 예불 활동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며 “특히 사역 남쪽의 암벽에 새겨진 마애불은 불감 형식을 마련하고 독특한 대좌를 마련한 기법, 바위면의 치석 수법과 불상 형식을 미뤄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기에 당국의 특별한 조사가 요청된다”고 밝혔다.

출토된 기와 편 중 비교적 상태가 온전한 수기와 및 암기와가 소장돼 있다. 기와는 전체적으로 흑갈색이며, 표면에 연화문을 비롯한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배면에는 마포 흔적 등이 잘 남아있다. 암기와도 흑갈색을 띠고 있는데 표면에 고판을 활용하여 다양한 문양을 새겼으며, 배면에는 안쪽에서 와도를 활용하여 기와를 분리했음을 알 수 있다. 암기와는 정성들여 제작했음을 보아 불심 깊은 신자들의 도량임을 뒷받침한다는 게 엄 교수의 견해다.

한편 엄 교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 통일사 주지 도원(道圓) 스님은 “민족사적으로 여러 의미를 간직한 문화유적이 바로 남한산성입니다. 사찰은 일제강점기 때 거의 파괴됐지만 남한산성은 불교와 관련된 역사적 가치가 인정되는 문화재와 스토리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냈던 공간유산이자 정신적 유산”이라며 “당국이 유물과 유적 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주길 기원한다”고 당부하며 합장 배례했다. 황종택 대기자 resemble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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