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 리처드 탈러 교수의 '넛지이론'에 대해 알아본다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이달 초, 2017년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됐다. 생리의학상에 제프리 C. 홀, 마이클 로스바쉬, 마이클 W.영, 물리학상에 라이너 바이스, 배리 배리시, 킵 손 등 공동수상이 이어진 가운데 노벨 경제학상에는 미국 시카고대학교 리처드 탈러 석좌교수가 선정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저서 '넛지'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등의 책들이 독자들의 관심속에 서점들마다 재고가 동이났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 전시된 '넛지'의 포스터. 사진=연합뉴스


■ 2009년 출간된 '넛지', 관심이 늘고 있어…


발표 후, 국내에서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의 저서가 다시 인기를 얻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리처드 탈러 교수의 저서 ‘넛지(nudge)’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발표에 따르면 ‘넛지’의 판매량은 전주 대비 18배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층을 분석한 결과 남성과 여성이 5:5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으며 40대의 구매가 44.9%를 보여 타 연령대에 비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알라딘의 한 관계자는 “넛지(nudge)는 지난 2009년 출간돼 이미 2만부 이상 판매된 책이다”며 “리처드 탈러교수는 지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와 다르게 상대적으로 친숙한 주제를 연구했기에 그의 저서도 국내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출판사는 급히 재쇄 제작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한다. 

 


■ 넛지(nudge)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책의 제목인 ‘넛지(nudge)’란 무엇일까? 넛지(nudge)는 행동경제학의 일환으로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의미다. 탈러 교수는 이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더 나은 선택을 유도하지만 비강제적으로 접근해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기법이다. 

넛지이론은 ‘인간의 선택을 유도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주로 캠페인이나 공익적인 성격의 정책홍보 분야에 많이 쓰인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파리가 그려진 화장실 남성용 소변기. 일을 볼 때 파리를 향해 ‘조준사격’(?)할 것을 유도하는 의미다. 재밌는 발상이지만 실제로 화장실 청결유지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었다. 이는 최근 국내 화장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사례기도 하다.

 

지난 2009년 환경부가 주최한 '대국민 환경분야 넛지공모전' 포스터. 사진=환경부


■ 국내에서의 넛지(nudge) 

국내에서는 이 ‘넛지’에 대한 연구 및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기도 했다. '넛지'가 처음 출간된 지난 2009년, 환경부는 「대국민 환경분야 넛지 공모전」을 열었다. 당시 출간된 우수과제 자료집을 살펴보면 수질오염 예방, 분리수거 등 19개 분야, 800건 이상의 많은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이는 누구나 '넛지이론'을 바탕으로 쉽게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아이디어는 당시 시행될 예정이었던 '우측통행'을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계단에서 사선을 그어 착시효과를 이용한 아이디어다. 누구나 가졌을 법한 선을 밟지 않는 본능을 재미있는 착시현상을 바탕으로 구현해냈다. 

 

착시효과, 슬로건, 이모티콘을 통한 우측통행 제안<조규성, 양호석, 김대성>. 사진=환경부, 대국민 환경분야 넛지공모전 우수사례집


2015년, ING생명은 대학생 대상 ‘넛지 마케팅’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상은 지하철 내에서 매너 있는 자세를 유도하기 위해 바닥에 스티커를 붙이자는 제안을 했던 팀에게 돌아갔다. 

그 밖에 '넛지'에 대한 연구도 계속됐다. '넛지를 이용한 유아청결습관 개선의 교구일러스트 디자인' [최수영, 김보연]이나 '이콘과 넛지의 결합 : 커뮤니케이션 효과 연구에 있어 행동경제학 개념과 이론 적용의 타당성' [이완수, 김찬석, 박종률], '인지적 행위유도를 통한 노후주거지 골목환경 개선방안 연구' [최유식] 등 주로 디자인 및 광고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논문이 지속적으로 발표됐다. 

 

리처드 탈러 교수. 사진=Anne Ryan / The University of Chicago


■ "경제학을 더 인간에 가깝게 했다"

노벨경제학상 발표 직후 피터 예르덴 포스(Peter Gärdenfors)교수가 리처드 탈러 교수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는 경제학을 더 인간에 가깝게 했다” ("He's made economics more human")

그가 연구한 행동경제학과 넛지는 기존 주류 경제학이 인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이상적이고 경제적인 모습'이 아니라 실제적인 인간의 행동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남성용 소변기 속 파리나 공모전, 연구의 예를 봐도 그렇다.  

그의 저서 '넛지'가 다시 관심을 얻고 있는 것도 '쉽다'는 이유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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