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쇠고기 등급판정

[일간투데이 황한솔 기자] #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씨는 오랜만에 고교 동창들과 영양보충을 하자며 소고기집에 모였습니다. 메뉴판에는 1++등급부터 3등급까지 가격차이 상당히 차이났습니다. 어떤 고기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가 1++등급이 제일 맛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1++등급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값 비싼 1++와 3등급은 가격 이외에 차이가 많을까요? 그리고 고기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일간투데이에서 살펴봤습니다.

우리나라에 쇠고기 등급제가 도입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2년입니다. 1995년에는 서울과 제주에서 의무화가 됐고 그 이후에 전국적으로 확산됐습니다.

그럼 쇠고기 등급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기준은 등심에 낀 지방의 양과 모양. 마블링입니다. 근육 내 지방의 양이 약 20%에 달해야 최상 등급인 1++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지방함얌이 높은 1++쇠고기는 우리 몸에도 좋을까요? 이 물음에 전문가들은 각자 다른 주장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대부분 지방량이 높은 쇠고기는 식감을 좋을 수 있지만 몸에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마블링을 많게 만드려면 풀이 아닌 곡물 사료를 먹여야 합니다. 여기서 곡물사료로 먹이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곡물사료는 미국산 수입 옥수수가 주요 원료입니다. 미국산 수입 옥수수는 저렴한 가격이고 소를 금방 살 찌우게 해 마블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옥수수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단백질의 질이 떨어지고 필수 아미노산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이 66:1이라는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도 옥수수 재배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으로 환경이 오염이 된다는 것입니다.
영양불균형인 옥수수 사료만을 먹고 자란 가축은 그만큼 질병에 쉽게 노출됩니다.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마블링 고기가 최하 등급이고 마블링 없는 고기가 최고등급으로 판매가 됩니다. 즉, 우리나라 최저등급인 마블링 없는 3등급 고기는 미국으로 따지면 최고등급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한국 소비자들은 마블링의 잘못된 오해로 최저 품질의 쇠고기를 비싼 등급이라며 비싸게 돈주고 사먹고 건강까지 해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의 쇠고기 등급제는 보완이 필수적이라는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이에 축산품질평가원에서는 쇠고기 등급판정 기준 개편에 나섰고 내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기나는 것은 필요에 따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농가와 소비자 모두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정착된 현재 등급판정을 잘못 손대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이 불러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등급기준은 농가소득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농가와 소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