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안타깝고 가슴 아픈 ‘세월호 참사’가 또다시 우리 사회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당장 국정감사 중인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 여야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보고 시점 조작'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의 공방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국감 보이콧’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진실 은폐 의혹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며 공세를 펼치자, 한국당은 국감을 방해하려는 정치공작이라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국감 보이콧을 맹비난하며, '세월호 진실'을 끝까지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야 간 정치 공방 및 시민사회단체 간 찬반 논란을 넘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에게 한 최초 보고서를 조작한 게 사실이라면 말 그대로 ‘국기 문란’ 행위이자 정권의 부도덕성을 여실히 드러낸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30분에 보고한 것으로 돼 있는데, 6개월 뒤인 10월23일 오전 10시로 바뀌었다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발표는 ‘세월호 골든타임을 누가 저버린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임 실장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전제할 때 박근혜 정부 상황보고 책임자들이 조작한 30분은 304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예컨대 2014년 7월 가천대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의 세월호 탈출 시뮬레이션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마지막 탈출 가능 시간은 5층 갑판이 침수된 ‘10시6분44초’였고, 조타실에 모여 있던 선원들이 도주했던 9시45분에 ‘퇴선 명령’을 내렸다면 탑승객 476명은 6분17초 만에 배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게 뒷받침되고 있잖은가.

임 비서실장의 발표대로 첫 보고서가 박 전 대통령에게 이미 9시30분에 전달됐다면, 304명의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골든타임’에 박 전 대통령이 그 직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법원은 최초 보고 시점이 언제인지로 구조 실패의 책임 범위를 결정했다. 초동대응 실패의 책임을 지고 유일하게 형사처벌(업무상 과실치사죄·징역 3년)을 받은 김경일 123정장은 1심에서 승객 304명 가운데 56명의 희생에만 책임을 짊어졌다. 김 정장의 첫 현장 보고가 오전 9시44분이라서 이때 퇴선 명령을 내렸다면 56명만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1심은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나 김 정장이 9시36분에 이미 현장 보고를 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고, 결국 2심은 123정이 도착하기 전 세월호에서 추락해 사망한 1명을 제외한 피해자 전원(303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를 인정했다. 최초 보고 시점이 8분 빨라졌기에 ‘생존할 수 있는 인원’이 56명에서 303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해 진실을 명백하게 밝혀야 할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통령훈령 불법 조작 사건’을 수사 의뢰한 청와대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신인호 전 국가위기관리센터장 등을 관련자로 지목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과 관련 당국과 협조해 ‘세월호 진실’을 공명정대하게 밝히기를 바란다. 세월호 같은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가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한 산 자들의 최소한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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