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메모리 반도체·디스플레이 호황으로 실적 전망 밝아
기존 메모리 부문, '초격차전략' 우위 계속 유지…비 메모리 육성 박차

▲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올해 3분기에도 시장의 전망 평균치를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7월 4일 경기도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이 최첨단 3차원 V낸드 양산 제품출하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정수 상무, 백홍주 전무, 진교영 부사장, 김기남 사장, 권오현 부회장, 이상훈 사장, 황득규 부사장, 정영호 메모리사업부 노사협의회 상임위원. 사진=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올해 3분기에도 시장의 전망 평균치를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매출액 62조원, 영업이익 14조5천억원의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률도 23.4%를 기록해 매출액·영업이익·영업이익률 모두 신기록을 경신했다. 동시에 이날 권오현 부회장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미래를 위한 준비를 알렸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투자업계에서 전망한 보고서를 종합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분기 67조7000억원의 매출액과 16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지속으로 4분기 매출액 67.7조, 영업이익 16조 전망

지난 분기를 포함 올해 내내 깜짝 실적의 주역인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 전망은 4분기에도 밝다. 증권투자업계에선 삼성전자의 4분기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이 10조원 후반대에서 최고 12조원까지 내다본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고사양화와 대규모 서버업체의 메모리 수요가 높은 가운데 경쟁사들의 공급증가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3분기 반도체부문은 10조원 규모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디스플레이부문도 3분기 1조원에서 4분기 1조6천억원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LCD 부문에서는 가격이 약세지만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올레드 부문에서 갤럭시 S8 및 노트8, 애플 아이폰X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잇달아 올레드를 채용함에 따라 호실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D램(45%), 낸드(35%), 올레드(95%) 등 관련분야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D램은 내년 상반기까지 의미 있는 대규모 공급 증가가 없기 때문에 공급 부족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며 "3D 낸드는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나 64층 이상 제품의 원활한 생산 램프업(증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4분기, 갤노트8 효과 엇갈리는 가운데 성수기 가전부문도 호실적 기대

이어 "경쟁사 애플의 아이폰X 등 신규 제품이 발표되면서 IM(무선)사업부문은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삼성전자의 부품 사업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부문은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3분기 3조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4분기에는 이 수준 또는 이보다 약간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반기 프리미엄폰 갤럭시노트8이 출시 국가를 확대하며 본격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애플의 10주년 기념폰 아이폰X와의 시장경쟁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함으로써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는 아이폰과의 경쟁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의 강세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TV와 생활가전 역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성수기를 맞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할 전망이다. 아마존 등 인터넷 쇼핑몰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을 상대로 온라인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만큼 유럽 등지에서도 추가적인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에 이어 200조원을 무난하게 달성하며 6년 연속 매출액 200조원이라는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73조5천500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38조4천700억원이다.

▲상대적 약세 비메모리 기술 개발 강화…파운드리 글로벌 2위 도약 노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전체 실적에서 반도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를 제외한 스마트폰·가전 사업 등의 상대적 약세를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 재판을 받으면서 M&A(인수합병)이나 대규모 투자 등 전략적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미래 성장 먹거리 발굴이 때를 놓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권 부회장도 지난 13일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미래 성장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새로운 모색을 위한 발걸음을 분주히 하고 있다. 전통적인 강세 부문인 메모리반도체는 선제적인 투자로 4~5년 앞선 기술개발과 생산력 확대를 통해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초격차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경쟁력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지난 7월 초 본격 가동된 경기도 평택 공장을 중심으로 성장성이 높은 서버용 고용량 스토리지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4세대 64단에 이어 5세대 제품을 개발해 기술 리더십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약세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는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10나노 모바일 AP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한편 8나노 공정도 적기에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5월 신설된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달 11나노 신규 공정을 개발한데 이어 차세대 반도체인 M램을 접목한 28나노 FD-SOI 공정으로 제품을 양산하며 현재 4위인 세계시장점유율을 연내 2위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권 부회장 사퇴로 임원인사·조직혁신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 신호탄 쏘아 올려

또한 삼성페이·삼성 클라우드·인공지능 빅스비 등을 타사 서비스와도 연동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관련 시장을 선도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빅스비는 최근 부사장급 임원 보강을 통해 기술 개발을 강화하는 한편 카카오와 손잡고 카카오톡 연동을 추진하는 등 협력 분야를 가전·IoT(사물인터넷)·웨어러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장기 경영부재로 그동안 미뤄졌던 임원인사도 이르면 다음달 진행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사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수시 인사를 해온 수세적 경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력의 충원과 조직 혁신을 통해 조직의 활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권 부회장의 사퇴로 삼성의 경영시계가 다시 미래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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