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의 부패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넓고 크다. 이런 시대적·사회적 요청이 있기에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 9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독립적인 특별수사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을 박상기 법무장관에게 권고하고 관련 법률 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그런데 공수처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처지에 놓였다. 법무부가 '공수처 법무부안'을 15일 발표한 데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에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 의지가 있는 지 의문을 품게 한다. 예컨대 현직 장성과 금융감독원 임직원, 공직자의 형제자매가 빠지는 등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 범위가 크게 축소됐다. 공직자 수사 시작시 검경이 공수처에 통지하도록 한 의무도 없애 공수처의 수사우선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위기에 놓였다.

수사대상 범죄도 협소해졌다. 공직자의 문서죄와 재산죄 관련해서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 추가됐다. 특히 고위공직자 수사와 관련해선 공수처장 요청이 없이도 반드시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하거나, 수사 여부를 공수처에 통지하도록 했던 것이 전부 삭제됐다.

법무부 발표안 가운데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은 공수처장의 독립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당초 권고안은 추천위원회가 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청문회를 거치게 한 다음 최종적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대통령의 영향력 확대와 중립성 논란 우려가 제기됐다. 그에 비해 법무부 안은 국회에 설치된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1명을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고 있다.

공수처 신설의 지향점은 외부충격을 통한 검찰 개혁과 부패 발본색원이다. 법무부안에 대한 좀 더 정밀한 검토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 고위공직자 비리 차단과 척결이라는 대명제 실현으로 청렴국가 실현의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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