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주택 단계적 도입…민간 유도하는 로드맵 마련중
시민단체 vs 건설사 이견…전문가 "공감대 형성 중요" 제언

▲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장관이 의원 질의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국정감사에서 후(後)분양제 논의가 재점화되면서 찬반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주택 착공과 동시에 분양하는 선(先)분양에서 완공에 가까운 단계에서 입주자를 모집하는 후분양제 체제로 변화할 경우 주택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선분양제의 문제점과 단점을 보완하면서 후분양제로 전환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접근론'이 우세하다.

16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주택에 후분양제를 도입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민간은 인센티브를 강화해 후분양을 유도하도록 정책 방향을 구상 중이다.

지난 12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장관은 후분양제 도입 시기를 묻는 질문에 "공공부문의 주택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민간에서도 후분양제를 유도하는 내용의 후분양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의 공급주체인 건설사들은 견본주택을 건설하고 입주자 모집 공고를 통해 선분양체재를 채택하고 있다. 선분양을 통해 건설사는 금융비융을 줄일 수 있고 자금 확보가 쉬워 빠른 주택공급이 가능하다. 또 대규모 주택 공급을 통해 매출 규모와 수익성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다. 선진국에 비해 국내 선분양제도는 수십년간 입법적 보완 조치를 거치면서 잘 구축돼 있다고 평가 받는다.

반대로 후분양은 아파트를 지어놓고 분양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후분양의 기준 시점을 전체공정률의 80%를 기준으로 한다.

현행 주택법은 '주택공급에 관련 규칙'에서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사업주체가 분양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하자 발생 문제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생긴 우려가 후분양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번지고 있다.

우선 소비자·시민단체와 건설업체 간의 이견이 크다.

소비자·시민단체들은 '부실시공 예방' 및 '소비자 선택권 보장' 등을 내세우며 도입을 촉구하는 반면, 건설업계는 건설비용을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과정에서 금융비용이 늘기 때문에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수억원의 주택을 짓지도 않고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 및 부실시공 조장, 집값하락시 리스크 전가 등 소비자에게 매우 불합리한 제도"라며 "짓지도 않고 주택을 팔 수 있는 분양권 전매까지 허용하며 투기를 조장하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건설사들은 매가톤급 규제가 총망라된 8·2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주택시장 열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후분양제까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주택사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건설사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 장기주택종합계획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연평균 38만6천600가구를 건설할 경우 건축공정 80%에서 후분양시 주택건설사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은 연평균 35조4천억∼47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이자비용 등이 분양가에 전가돼 선분양 때보다 분양가가 3.0∼7.8%가량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여러회에 걸쳐 분담하는 분양대금을 단기간에 조달해야 하는 자금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의 신용이 낮을 경우 대출 이자도 높아지는 등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후분양제 도입이 거론됐지만 현재까지 자체적으로 자금운영이 어려운 중견사들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간택지에 후분양을 적용하기 앞서 중견건설사와 소비자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적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양한 인센티브 확대로 민간업체의 후분양을 유도하고,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는 금융지원 등이 주로 거론된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후분양제는 자금력이 풍부한 건설사에 비해 중견건설사들에게는 분명 부담스런 제도"라며 "이들 업체를 위한 금융상품 또는 제도 정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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