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건설 자체 신고센터에서 확보한 강남 재건축 수주전 금품향응 물품 증거물. 사진=GS건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사업성이 좋은 강남 재건축 수주를 품기 위해 돈 봉투를 살포하는 등 건설사들의 불법·비리 행태가 만연하다.

재건축 수주전에서 금품·향응이 있다는 건설사의 폭로로 인해 그동안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이뤄진 재건축 수주전을 둘러싼 불법과 비리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사업의 불법·비리 근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최근 강남 재건축 사업장에서 건설사의 불법 행위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일회적인 수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방위로 수사하고, 국토교통부는 건설사의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향후 사업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서울 강남 반포 한신4지구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 GS건설의 폭로로 불법 금품제공 사실이 드러났다"며 "업체 간 폭로를 통해 그 불법행위의 실태가 일부 드러났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경쟁사의 폭로가 없었다면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 것"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GS건설은 서울 서초구 한신4지구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매표시도 근절을 위한 신고센터'의 운영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GS건설이 공개한 금품명세 내역을 보면 경쟁사인 롯데건설이 조합원에게 현금·청소기·숙박권·상품권·화장품·명품가방·벨트·핸드백 등을 건넸다. 공사비만 1조원에 달하는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GS건설은 "이번에 신고된 내용을 토대로 법적 검토를 거친 후 수사 의뢰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재건축 수주전 역시 거액의 현금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이 사업장에 대해서도 신고센터를 통해 추가 제보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근거 없는 비방'으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GS건설도 '이제 와서 깨끗한 척 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용역업체를 통해 수십만원 상당의 굴비 세트와 코스 요리, 고급 선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강남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되자 현장조사 등 정밀 모니터링을 벌이고 불법행위가 드러난 건설사는 입찰에서 배제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 수주전 과열경쟁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합동으로 상시 점검반을 운영하고 처벌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시공사 선정 관련한 제도개선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남은경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낡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는 공공사업인데, 민간의 수익사업으로 변질됐다"며 "도시와 주택을 개발의 대상으로 삼는 현행 재건축 사업방식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고질적인 비리와 불법을 근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역시 "천억원대 비리가 발생해도 5천만원 벌금과 징역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과중처벌 조항을 만들고 재입찰을 금지하는 등 입법 조치를 강구 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사업에 목을 매는 까닭은 '일감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메가톤급 규제가 총망라된 8·2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시장 분위기는 예년만 못하다.

해외사업 역시 저유가 등으로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282억 달러로 지난 2015년보다 38.9% 급감하는 등 10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여기에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올해보다 20% 줄어든 17조7천억원으로 책정돼 먹거리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건축 비리를 수사하라는 여론이 높아지자 경찰은 17일 금품·향응이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GS건설의 신고센터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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