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본령 찾기가 시급하다. 금감원이 자체 인사·채용 비리에 젖어 있는 것도 모자라, 금융사 감독이라는 본분을 잊고 금융권 채용비리에도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을 향한 신뢰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내부 채용비리는 물론 감독 대상인 우리은행에까지 임직원들이 채용 청탁을 넣은 정황이 뚜렷하다. 지난해 하반기 신입 공채를 위해 우리은행 인사팀 내부에서 작성한 추천인 문건에는, 국가정보원 직원과 금감원 고위 임원, 심지어는 VIP 고객의 자녀 정보가 추천인 명부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실제 이들 자녀 20여 명 모두 85 대 1의 경쟁률 속에서도 무난히 최종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느 기관보다도 청렴해야 할 감독 당국에서, 고위 간부가 연루된 채용비리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일반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절차를 공정하게 집행해야 할 감독 기관에서 취업 비리란 말이 나오고 있으니 ‘비리 집단’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게 아닌가.

문제는 이 같은 비리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강원랜드 취업 비리는 캐면 캘수록 국회의원들의 부정 취업 청탁 규모가 커지고 있고, 금감원에 이어 공공기관 취업 비리도 속속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회의 균등’ 원칙까지 무너지면, 우리 사회체제의 정당성을 무엇으로 내세울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금감원 임직원의 비상식적 행태는 이뿐만 아니다. 금융회사 감사, 사외이사 자리가 금감원 퇴직 임원들의 전유물로 활용되고 있다. 금감원 퇴직자의 금융사 재취업이 금융권에서 '낙하산', '금감원 전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금감원 퇴임 임원들은 마음만 먹으면 금융사 감사, 사외이사 자리를 꿰차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감원 임원출신이 퇴직 후에도 여전히 '갑'으로 통하고 있는 셈이다. 비리 연루자의 철저한 색출과 엄단, 금융감독기관의 대대적 개혁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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