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을 발사한 이후 미국 내 여론은 심상치 않다. 미국은 대북 대응 기조의 근본적 변화를 꾀하면서 선제타격보다 한발 앞선 조치라고 볼 수 있는 ‘예방전쟁(preventive war)’ 얘기까지 제기할 정도다. 예방전쟁은 적의 공격 징후가 임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적의 전력이 강해졌다고 판단될 때 전면전을 막기 위해 먼저 공격하는 개념이다. 제2의 한국 전쟁 가능성이 나오는 배경이다.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가 둘 다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말할 것도 없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이질적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북한과 미국 간 전쟁이 벌어진다면 미국이 먼저 방아쇠를 당기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공격을 결심한다면 1차 타격 대상은 북한 핵시설과 주요 탄도미사일 발사 및 저장기지, 제조 공장, 북한 주석궁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제한적 폭격 대상에서 제외될 북한 전방 전력의 보복 공격은 불문가지다. 전쟁으로 수천 명이 죽어도 미국 땅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트럼프의 발언은 바로 이런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 또한 가공할 화력을 지니고 있음을 가볍게 볼 수 없다. 특히 북한이 대남 공격 시 생화학전으로 번질 경우 수도권 2천만 인구가 무차별적인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현실적 우려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고,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되 북을 국제사회의 대화 채널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방안의 효용성을 설명하는 자리이길 바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론'을 앞세워 미국에 유리한 개정 압박을 할 가능성도 높다. 문 대통령은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돼 왔고, 양국 경제에 미치는 경제효과를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던 만큼 같은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안보와 경제 측면의 협력체제가 상호 이익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국민적 지혜를 모을 때이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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