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시설공단 자료 분석…17개 현장서 공사비 938억원 지급
정동영 "관료 '관행적 무감각' 소산…임금직불제도 정착돼야"

▲ 사진=정동영 의원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건설사들이 공공발주자에게 물가변동을 고려해 공사비를 증액받은 만큼, 하청근로자에게 배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중앙선·서해선 공사 17개 현장에서 지난 2015∼2016년 물가변동을 고려해 더 지급받은 공사비는 938억원으로 집계됐다.

증액 공사비 938억원 중 398억원은 통상 하청시공비용(노무비·장비비)으로 건설노동자와 장비운전원에게 지급돼야 한다.

그러나 원청 대기업에 지급된 증액 공사비가 하청 건설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업의 다단계 원-하청 구조에서 매일 채용과 해고가 반복되는 건설노동자에게까지 전달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건설사들은 발주처에서 내국인 임금기준으로 공사비를 받고, 현장에선 임금의 절반 수준인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제출 자료를 보면 진행 중인 5개 공사현장에 최근 3개월간 투입된 노동자는 총 4만5100명으로, 이 중 외국인이 8794명으로 19%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7월 붕괴사고가 발생했던 전남 영광 칠산대교 현장의 일용노무비지급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3개월간 투입인원 308명 중 204명(66%)이 외국인노동자였다. 이들이 받은 일당은 최저 7만4038원에서 최고 8만7560원이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실시한 건설근로자 종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내국인 건설노동자 평균 일당은 15만3천원이다.

공공발주자가 계약금액을 정할 때는 내국인 임금기준(시중노임단가)으로 공사비를 책정해 원청 대기업에 지급하는데, 문제는 원청 대기업들이 공사현장에서 임금이 절반 수준인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해 노무비를 절감한다는 점이다. 절감한 금액은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정 의원은 이 같은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선 '임금직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공공발주자는 계약시 내국인 임금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책정·지급했지만, 건설사들은 하청을 통해 당초 계약과 다르게 임금이 절반 수준인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발주기관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 그 조치가 없었고, 나아가 물가변동을 고려한 공사비 증액까지 해주는 것은 관료들의 '관행적 무감각'의 소산"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금직불제도가 정착돼 책정된 임금만 제대로 지급되면 건설 노동자가 월 350만원대의 임금을 받게 되면서 국가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수십만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며 "이것이 청년 일자리 대책이며 가장 쉽고 빠른 일자리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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