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5·6호기 공론화위의 ‘개가’
인간 사회에서 말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말의 정치’라고도 하는 것이다. 모든 사안에서 나치 식으로 똑 같은 목소리만을 내게 한다면 국회도 정부도 사법부도 필요 없다. 말의 성찬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는 충분한 토론과 상대에 대한 설득 이후에야 표결로 종결짓는 제도인 것이다.
이와 달리 토론과정이 타협점을 찾기보다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고, 상대 주장에 귀를 막는다면 대화와 타협은 불가능하다. 상대방의 주장이 설득력 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수용할 수 있어야 성숙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얻은 게 많다. 찬성과 반대, 중단과 재개 어느 한편의 승리가 아니고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참여단의 승리, 그리고 시민참여단으로 대표되는 국민 모두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더욱 감명을 준 것은 결과 발표 이후였다. 결과 발표를 앞두고 대부분 언론들은 결과와 상관없이 한쪽이 수긍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찬·반갈등의 후유증을 우려했다. 하지만 찬·반 양측은 모두 "공론조사 결과를 존중하고 공론화 기간 중 갈등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 화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첨예하게 대립한 사회 문제에 대해 갈등과 반목을 계속했던 시민사회에서 이례적인 경우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크게 '얻은 것'은 국민들의 원자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었다. 이전까지 원전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건설'측이 이긴 적이 없었다. 지난해 6월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결정할 당시에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백성의 눈은 섬뜩할 정도로 정확
지역 환경단체의 중단 요구가 있긴 했으나 이번엔 대다수 지역 주민들이 건설 재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3개월 동안 연일 쏟아지는 원자력 정보에 국민들은 눈과 귀를 기울이며 원전에 대한 정보를 알아갔다. 정부에게 주어진 과제가 작지 않다. 공론화위의 발표 이후 '일단락'이 아닌 이제 다시 시작이다. 눈높이가 상승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효율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펼지 지켜볼 일이다.
사실 안전성만 따진다면 원전을 없애는 것이 옳을 수 있다. 하지만 탈원전을 외치기 전에 그것이 가능한지 현실적인 여건을 먼저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 공급에서 석탄화력과 원전이 작년 말 기준으로 39.3%, 30.7%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원별 전력 생산단가는 ㎾h당 원전이 48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169원, 풍력 109원보다 월등히 싸다. 궁극적으로 탈원전으로 가야겠지만, 신재생에너지의 기술진보를 확보한 후의 일이다. 공론화위를 통한 민심은 그것을 원했던 것이다.
백성의 눈과 느낌, 곧 민심은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다. 그래서 ‘대학’은 민심에 대해 “열 개의 눈이 지켜보고, 열 개의 손가락이 가리키니 그 얼마나 엄하고 무서운가(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라고 경책했던 것이다.
황종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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