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도로건설공사의 입낙찰 방식은 여타 공공공사 입낙찰 방식과 마찬가지로 적격심사방식과 최저가 방식, 그리고 턴키/대안 방식이 혼용되고 있다. 도로 건설사업의 규모는 300억원 이상이 많기 때문에 최저가 낙찰제가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한국도로공사 등에서 발주하는 대규모 고속도로 공사에서는 턴키/대안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주도하는 현행 공공공사의 입찰제도는 철저하게 가격 위주의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선, 적격심사방식은 사실상 종합평가낙찰제로서 가격 이외 요소가 중요하나, 계약이행능력 평가에서 대부분 만점을 받고 있어 결과적으로 예정 가격을 운좋게 잘 예측한 자가 낙찰자로 선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저가 낙찰제는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되고 있으며, 덤핑 방지를 위하여 저가 심의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역시 입찰가격을 단순히 가격적 시각에서만 분석하고 있다. 턴키/대안 입찰에서는 설계에 의한 기술경쟁을 통해 입찰자의 기술 변별력을 평가하고 있으나, 설계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얻었더라도 대부분 가격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격 경쟁 위주의 낙찰자 선정은 국가 예산 절감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총 생애주기 측면의 비용 측면과 시설물의 품질 확보, 그리고 기술 혁신을 통한 건설산업의 대외 경쟁력 향상 등의 측면에서는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가격보다 기술경쟁 위주의 입낙찰 방식을 장려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턴키/대안입찰에서는 어느 정도 설계 심사에 의하여 기술력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최저가 낙찰제는 가격 위주의 낙찰 방식이 지속되고 있어 시급한 개선이 요구된다.

◇최저가 낙찰 현장, 적자 시공 만연

2006년 5월부터 최저가 낙찰제 대상공사가 300억원이상의 모든 공사로 확대됨에 따라 최근 공사 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6년에는 최저가 낙찰제 대상 공사가 발주량을 기준으로 전체 공공공사의 25% 수준을 차지하였으나 2007년 이후로는 50% 수준을 초과하여 발주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에서는 최저가 낙찰제의 확대 적용에 의한 예산절감 효과를 홍보하고 있으나, 대한건설협회 등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최저가 낙찰제 현장의 평균 실행율은 110%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시공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공공공사의 수익성이 저하된 근본 원인은 덤핑 경쟁이 아직도 만연하고 있으며, 저가 심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실적공사비 적용이 확대되면서 예정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저가 낙찰 제도는 저가 심의가 적절히 가미될 수 있다면 예산 절감과 더불어 견적능력 향상, 기술경쟁 촉진 등 이론적으로 많은 장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건전하고 합리적인 경쟁이 유도되고 체계적인 필터링 기능이 가미된다면, 최저가 낙찰 제도는 시장경쟁 체제에 가장 적합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덤핑 입찰로 인하여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부실공사가 증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단순히 가격 경쟁을 통하여 낙찰자를 결정한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최고의 원가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선별해낼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즉, 순공사 원가 이하로 투찰율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최저가 투찰자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저가심의가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 저가심의 제도는 덤핑 수주를 방지하고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를 선별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저가사유서를 제출하는 공종이 획일화되고 있으며, 낙찰률도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저가 사유서의 변별력도 미흡하다. 최근에는 저가 사유서 제출 공종이 단순히 물량 규모가 큰 공종으로 집중되고 있다. 그 이유는 부적정 공종의 비율이 20% 이하로 규정되어 사유서를 제출할 수 있는 공종이 제한되어 있고, 이에 따라 금액이 큰 공종을 대상으로 저가 사유서를 제출하는 것이 투찰율을 낮추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원가절감 사유서의 카피도 심해지고 있는 상태이다. 탈락업체의 법적 소송 등을 우려하여 발주처에서는 저가 사유서의 탈락 조치에 대하여 심리적 부담감을 갖고 있으며, 해당 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저가 사유서대로 실제 공사에 적용하는가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도 취약하다.

◇저가 심의 기능을 강화해야

최저가 낙찰 제도가 공공공사의 보편적인 입찰제도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저가 심사를 강화하여 제도 입안 취지대로 순공사 원가 이하로 투찰율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즉, 기술력이나 공사관리능력에 의하여 투찰율이 하락하는 것은 인정하되, 하도급업체나 자재납품업체 등에 손실을 전가함으로써 낙찰율을 낮추는 행태는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적정공종 판정기준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실적공사비 단가가 50% 이상 적용된 경우, 실적공사비 적용공종으로 취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무비 저가 심의도 강화하여 기계화나 공장생산, 로봇 도입에 의한 인력 절감이 아닌 이상, 투입 인원이나 질적 측면에서 통상의 인력 투입을 전제로 노무비의 적정성을 평가해야 한다. 저가 하한선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 현재 공종별로 발주자 작성금액의 50% 미만 공종이 있을 경우 낙찰에서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적공사비 확대, 표준품셈의 현실화 등을 고려할 때, 60% 미만으로 상향시킬 필요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총액 기준으로 최고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더라도 부적정 공종수가 20%를 넘으면 입찰에서 탈락하는 모순이 있다. 그러므로 중장기적으로 총액 기준 심사를 통하여 진정한 저가투찰을 판별할 수 있는 장치 개발이 요구된다.

심의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저가심의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저가 심의 내용의 공개와 더불어 저가 심의에 차순위 업체 소속 엔지니어를 심의위원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저가 사유서의 변별력 확대 필요

기술력을 판별하는 요소로서 특수한 저가 사유서를 발굴, 제출한 업체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해당 기술을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 진부하거나 통상적인 저가 사유서를 배제하고, 해당 공사와 관련된 신기술이나 신공법 등 최초로 제안된 원가절감사유서에대해서는 일정기간동안 독점권을 인정하고, 심사시 가점 부여를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가절감 사유서의 데이터베이스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 실질적인 저가 심의를 위해서는 Project-base로서 현장소장의 역할을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장기간 동일 공사 경력의 현장소장을 확보했을 경우, 저가 투찰의 허용 폭을 확대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기술적 대안 제시를 확대해야 한다. 추정가격이 1,500억원 이상인 경우 새로운 기술?공법에 의한 절감 사유를 제안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공사는 입찰금액 적정성심사Ⅲ 방식에 의한 발주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또, 기술 경쟁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최저가낙찰제 하에서 1,000억원 이상 대형 공사를 중심으로 순수내역입찰제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계약리스크(Contractual Risk)나 설계 변경 등에 대한 시공자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이러한 보완 대책을 통하여 최저가 낙찰제가 단순한 예산절감의 수단이 아니라 최소한의 순공사비를 보장하면서, 최고의 원가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선별할 수 있는 입찰 제도로서 새롭게 기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사협조 : 국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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