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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올해도 20대 국회는 지금 국정감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지만 고성과 막말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국정감사는 입법과 정부 예산, 그리고 국정통제를 유효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 국회 밖에서 국정 전반을 감사하고 시정을 요구는 제도다. 때문에 의정활동 중 가장 국회다운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국정감사가 첫 손에 꼽힐 것이다.

하지만 일부 국회의원들이 근거 없는 억지를 주장하며 그것을 인정하라고 윽박지르고 인격모독의 욕설까지 판치는 국정감사를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

■ 고성·막말에 겁박까지…구태 여전

이곳에서 피감기관의 장이나 공무원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격적인 대우를 포기한지는 이미 오랜 관행이 됐다. 명예훼손에 대한 이의제기조차도 어불성설이다.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의원을 포함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태블릿PC의 '포렌식 보고서' 일부 내용을 인용하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지만 포렌식의 기본 메커니즘조차 이해하지 못한 엉뚱한 질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특별검사팀에 강제 압송되면서 "너무 억울하다"고 큰 소리로 주장했다. "여기는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를 보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를 듣던 청소부는 욱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염병하네”를 외쳐 그의 육성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기면서 국민들은 사이다 발언이라며 일약 스타가 되기도 했다.

아마도 올해의 사이다발언 대상이 있다면 이 모든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한 바로 '염병하네' 가 아닐까 한다.

지난해에도 '사퇴하세요' 별명의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은 'MS오피스를 마이크로소프트사와 독점계약'했다며 무지한 주장으로 큰 주목을 받았었다.

이에 조희연 교육감은 구매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한 회사 MS에서만 생산하는 단일 품목”이라고 설명했지만 특혜라며 "사퇴하세요"를 외쳐 당시 억지주장을 폈다는 비난을 받았다. 다짜고짜 "사퇴하라"고 소리치는 영상은 SNS를 통해 확산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후에도 청문회와 국감장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사퇴하세요’를 외치며 ‘사퇴의 아이콘’, ‘사퇴의 요정’이 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은 상대방의 말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작성해온 원고에만 충실하며 근거 없는 자료들을 가지고 겁박하고 인격모독을 자행하고 있다.

아마도 공산주의에서 이야기하는 인민재판이 이러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비약일까? 대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국회에서 이러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 것은 과연 타당한 것인가?

■ 예의·품격갖춘 정책감사 언제쯤…

TV 프로그램 '판도라'에서 박찬종 변호사가 "국정감사는 그 자체로 1급 적폐"라고 강한 일침을 가했다. 이어 "시간이 흐를수록 국정감사는 예산 심의를 전제로 한 정책감사가 아닌, 모든 쟁점을 정치화 해 국회의원들의 싸우는 곳이 돼 버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감은 정부 견제와 감시가 목적이지만 같은 문제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사안을 정쟁화해 범죄적 요소가 깔려있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돼 버렸다.

국정농단의 주역들도 검찰에서 수사를 받으면서 민주주의를 외치고 강압수사를 제기하는 데 국정감사장에서의 반민주적이고 폭압적인 국회의원들의 태도는 문제제기 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참으로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사실들이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전 국민들 앞에 중계되는 현실에 그들은 더욱 국민을 기만하며 완장을 찬 영웅적 심리로 의기양양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이 이사람 저사람 증인으로 불러놓고 마치 피의자처럼 반말과 호통으로 몰아치는 것을 보면서 국회의원들은 예의와 품격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격은 있는지 이들이 오히려 국민 앞에 증인으로 나와야 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국감장은 범죄를 다루는 경찰이나 검찰의 조사실이 아니다.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정확한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질의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돌출해 시정하고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장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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