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상 최고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 분기마다 역대급 실적
자동차, 사드·통상임금 충당금으로 휘청…철강, 국제 원자재 회복세로 반전

▲ 올해 3분기 기업 실적 공표 기간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통적 효자종목이 잇달아 사상 최대의 영업실적을 신고하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우리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영향으로 여타 산업의 침체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올해 3분기 기업 실적 공표 기간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통적 효자종목이 잇달아 사상 최대의 영업실적을 신고하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우리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영향으로 여타 산업의 침체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가운데 지난 27일까지 3분기 실적(연결 재무제표 잠정 기준)을 발표한 기업은 48곳이다. 이 중 절반인 24곳은 발표한 실적이 컨센서스보다 좋았고 나머지 24곳은 나빴다.

분기 실적은 사업 종료일 이후 45일 이내에 공시해야 하는데 올해 3분기는 지난 10일 LG전자가 주요 기업 중 처음으로 잠정 실적을 냈으며 내달 14일까지 실적 공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전자업계, 메모리·디스플레이·부품업 전반적으로 실적 상승세

전자업계는 매 분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5일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을 시작으로 26일 LG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실적발표를 했고, 오는 31일 삼성전자의 확정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후발 중국업체의 공급증가로 인한 대형 LCD패널 판매가 하락에도 매출 6조9천731억원, 영업이익 5천86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지난 2분기(8천43억원)에 비해 27% 감소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3천232억원)에 비해서는 81.3% 신장했다. LG이노텍도 매출 1조7천872억원, 영업이익 559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분기마다 역대급 기록을 생산해 내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매출 8조1천1억원, 영업이익 3조7천372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복귀한 이래, 올해 1분기에 2조원, 2분기에 3조원을 잇따라 돌파하고, 3분기에 3조7천억원대를 기록하며 지난 한 해 동안 기록한 영업익(3조2767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계속된 수요로 4분기에는 4조원을 돌파해 올해 10조원을 내다보고 있다.

역시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 혜택을 제대로 보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올해 3분기에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천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사상 최대인 14조5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이미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진 탓에 컨센서스는 0.8% 상회하는 데 그쳤다. 증권투자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어닝 서프라이즈(컨센서스 보다 10%이상 많은 깜짝실적)' 기준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자동차, 중국 사드보복 직격탄에 통상임금 충당금으로 침체의 늪 계속돼

이에 반해 자동차업계는 쉽사리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조치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자동차는 순이익이 2분기 연속 1조원을 밑돌았고, 기아자동차는 판매부진과 통상임금 충당금으로 10년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 26일 올 3분기에 매출 24조2천13억원, 영업이익 1조2천42억원의 영업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9.6%, 영업이익은 12.7% 증가했다. 순이익은 16.1% 감소한 9천392억원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지난 8월 발생한 통상임금 소송 1차 판결 결과에 따른 임금·소송비용 등에 대한 충당금이 반영돼 지난 2007년 3분기(영업손실 1천165억원) 이후 10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기아차는 지난 27일 매출 14조1천77억원, 영업손실 4270억원의 3분기 영업실적을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1.1% 증가한 반면 통상임금 패소 판결에 따른 충당금 반영으로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철강업계, 해외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업체 구조조정으로 기회의 창 열려

이에 반해 지난 2분기에 고전했던 철강업계는 세계 경기가 회복 신호를 나타내면서 주요 원자재 값이 반등한 덕을 보고 있다. 지난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는 매출 15조3천61억원, 영업이익 1조1천257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재진입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9%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신흥국의 견조한 수요 성장 기대 등으로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기업들도 호실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분기, 반도체 전망 밝은 가운데 여타 산업 회복 위해 대외변수 안정돼야

4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부족과 수요증가로 반도체 업계의 전망은 계속 밝은 가운데 여타 산업 전체 회복의 관건은 대외 변수에 달려있다고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계속 모색되면서 자동차 업계에 희망이 보이고 있지만 실타래처럼 얽힌 사드 문제는 여전히 해법이 보이지 않아 우려를 사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수출시장인 미국은 트럼프정부 취임 이래 계속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우리 정부와 국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갈수록 강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은 국가 리스크를 키우며 우리 경제의 항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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