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등, 국회서 후분양제·분양원가 공개 도입 촉구 기자회견
"건설사, 분양가 뻥튀기·부실시공 등 소비자에 책임 떠넘겨"
참여연대 "내달 주거복지로드맵에 세입자 위한 정책 담겨야"

▲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과 나눔과미래·아파트 층간소음방지협회·전국세입자협회·참여연대·주거연합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후분양제 도입하라" "분양원가 공개하라"를 외치고 있다. 사진=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최근 아파트 부실시공 논란과 분양가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국회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후분양제'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 시행을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과 나눔과미래·아파트 층간소음방지협회·전국세입자협회·참여연대·주거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들은 부풀려진 분양가로 주택을 분양받아 선택권과 알 권리를 침해받고 있고, 건설사들은 이들에게 분양대금을 받은 이후 공기지연과 부실시공, 주변 개발 지연, 주택가격 하락 등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고 밝혔다.

후분양제는 지난 2004년 참여정부에서 '후분양제 로드맵'을 내놓고 일부 관련 정책들을 시행했지만, 관료들과 건설업계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경실련은 "그나마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당시 후분양제를 도입해 10년간 시행 중이지만, 박원순 시장 이후 분양시점이 80%에서 60% 완공으로 앞당겨졌다"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공공부문 후분양 도입 의지를 밝힌 이후 역시 후분양제 도입을 막기 위한 각계의 반발이 거세다"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이 후분양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건설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주택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스스로 건설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 분양가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한 후분양 시범 아파트들의 분양가 상승률은 0.57%에 불과했다"며 "5년간 63만건에 달하는 분양권 전매건수가 반증하듯 선분양으로 인한 분양권 웃돈 거래가 사라진다면 투기 수요가 줄어들어 주택 공급 역시 일정부문 줄어들어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경실련은 "분양원가 공개 확대는 최근 상임위를 통과해 재도입되는 듯했으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법사위에서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선분양제에서 소비자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관련법 개정 이전이라도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 원가공개를 확대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즉각 원가공개를 시행해야 하고, 2012년 원가공개 축소 이후 공급된 공공아파트에 대한 과거 분양원가도 상세하게 공개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달 발표되는 '주거복지로드맵'에 세입자들을 위한 주거 정책을 반영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후분양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주택가격의 거품이 빠지더라도 수도권 집값은 여전히 높아 서민 대부분은 상당 시간 세입자로 살아야 한다는 것. '전월세상한 계약갱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 간사는 "정부는 이번 주거복지로드맵에 임대차등록제를 먼저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절대 세입자들의 생활고를 해결할 수 없다"며 "곧 발표될 로드맵에는 이런 세입자들을 위해 전·월세 폭등을 막을 수 있는 '전월세인상률상한제'와 2년 이상 한집에서 살 수 있는 계약갱신제도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 간사는 "즉시 도입이 어렵다면 최소한 이번 정권내 특정 시점까지는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단계적 로드맵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며 "이런 약속 없이 임대차등록제 우선만을 강조한다면 대선 당시 두 정책(전월세인상률상한제·계약갱신제도)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실현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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