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 5대 대기업 CEO와 두번째 회동
기업집단국은 적실성 있는 정책 추진 위한 정보 파악 목적
기업지배구조·불공정하도급 개선·노사정 관계 선도 주문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이 5대 그룹에게 지배구조 개선 등의 과제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개별 기업 일정의 가감은 이해한다며 가시적인 결과물에 조급하게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인 변화의 의지를 먼저 보여줄 것을 강조했다. '대기업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기업집단국 신설은 보다 적실성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한 정보 파악 차원임을 강조했다. 하도급 불공정거래 근절과 노사관계에서도 5대 대기업들의 선도적인 역할을 기대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하고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인들이 노력해 올 한해 많은 경제적 성과를 거둔 점"을 치하하는 한편 "대기업의 성과가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상생협력에 더욱 노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어 "지난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표명했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의 개혁조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정주요정책과제로 제시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총수 일가의 전횡방지, 편법적 경영권 승계와 부당 내부거래, 금산분리 원칙은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소극적 자세로 개혁이 지체되고 있다는 국민들의 의구심이 기우가 되도록 대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개혁을 진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공정위 집단조사국의 신설로 인해 대기업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집단조사국은 기업들의 위법행위를 조사할 뿐만 아니라 방대한 기업정보를 축적해 보다 적실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상속증여세법상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대기업집단의 공익재단 ▲지주회사 운영 수익구조 ▲일감몰아주기 등의 실태조사를 통해 각 제도가 도입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자 주주권한 행사 모범규준)는 기관투자자가 1년에 한번 주주총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소극적인 수준을 벗어나 평시에 적극적으로 피투자회사 관계자를 접촉해 경영 문제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이에 상응해 피투자기업들도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Corporate Governance Code)에 맞춰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외부주주들과 주요 경영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우리나라 기업들의 폐쇄적인 지배구조로 인해 기업가치가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되는 현상)를 해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와 노사관계에서도 5대 기업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하도급 거래에서는 구체적으로 구매부서 실무 임직원들의 인센티브 구조를 바꿔 하도급기업들과의 상생협력을 통한 장기적 이익증대를 도모하고 1차 협력업체만이 아니라 2차·3차 협력업체와의 공정거래까지 평가대상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정관계에서는 사용자단체가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해 건전한 대화의 파트너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5대 기업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담 후 김 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기업들의 지배구조개선과 상생협력 노력을 허심탄회하게 들었다"며 "정부가 일정 시한을 설정하고 기업들에게 강제적으로 맞출 것을 요구하는 방식은 개혁 실패의 첩경(捷徑·지름길)이므로 정부는 방향성을 제시하며 기업들의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가 대기업에 개혁을 진행할 시간을 준 만큼 국민 여러분들도 공정위가 개혁 정책을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말로 이날의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정책간담회에는 각 대기업들을 대표해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 황각규 롯데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상훈 사장과 황각규 사장은 이번 간담회에 처음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