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청각은 안동 고성이씨 대종택으로 석주 이상용(石洲 李相龍 : 1858∼1932) 선생의 생가입니다. 임청각은 석주 선생을 비롯해 아들, 손자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하는 등 3대에 걸쳐서 독립운동을 한 독립운동의 산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제 시 중앙선 철도부설 때 50여 칸의 행랑채와 부속 채가 철거돼 임청각이 분단되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이같은 임청각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방문해 방명록에 "임청각의 완전한 복원을 다짐합니다.”라고 서명을 한데 이어 올해 8.15 경축사에서도 언급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여 임청각 복원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중입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은 독립유공자 후손들만의 자조 섞인 푸념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임이 확인됐습니다. 지난 10월 18일에는 경향신문이 민족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국내 언론사상 처음 실시한 ‘독립유공자 유족실태 설문조사 결과’ 독립유공자 후손 10명 중 8명이 고졸 이하 학력자로 밝혀졌습니다. 학력 위주의 한국 사회에서 낮은 교육수준은 직업선택의 기회를 박탈해 후손 10명 중 6명은 현재 직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이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가난과 궁핍으로 이어져 10명 중 6명이 자신의 생활·경제수준이 ‘하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학력과 직업에 대한 답변을 보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이 더 구체적으로 입증됩니다. 직업을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 225명 중 131명(58.2%)이 ‘무직’이라고 답한 것이지요. 학력은 무학이 25명(11.1%), 초등 졸이 43명(19.1%), 중졸·중퇴가 31명(13.8%)으로 독립유공자 후손 절반가량이 중졸 이하의 학력으로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것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번 조사는 절반 이상의 독립유공자 후손이 한국 사회의 평균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생계대책조차 꾸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향신문과 민족문제연구소의 공동 조사결과 드러난 독립 유공자 후손들의 살림살이와 현실은 당초 생각보다 훨씬 더 비참했습니다. 대물림된 가난, 이로 인한 교육의 부재, 그리고 필연적인 계층 하락의 연결고리에 허덕이며 지난한 삶을 살았기 때문인지 조사 과정에서 유공자 후손들 중 일부는 “더 이상 정부와 사회에 기대할 것이 없다”며 조사 자체를 거부했고 일부는 강한 반감까지 드러냈다고 합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민족문제연구소 김도훈 상임연구원은 “여전히 친일문제가 사회적 논쟁의 주요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독립유공자와 후손이 겪었던 고초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역사문제연구소 장신 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도 나왔듯이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다면, 국가 위기 상황 때 아무도 국가를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늦었지만 다행하게도 지난 10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 유공자 3대까지 합당한 예우를 받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일환으로 조국을 위해 몸 바친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나라사랑채’에 입주했다는 것입니다.

서울주택공사가 땅을 사, 소수의 가정이지만 독립 유공자와 민주유공자의 후손들이 새 보금자리, 5층짜리 건물인 ‘나라사랑채’에는 독립·민주 유공자 14가족이 함께 살게 된 것입니다. 독립 유공자와 후손들이 이곳에서 최장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독립 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습니다.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하겠습니다.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 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습니다.”고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제야 나라가 바로 서려나 봅니다. 다시는 이 땅에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애국자의 후손이 3대가 망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임청각에 부는 바람이 어렵게 사시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도 훈훈하게 불어오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이 있더라도 그 분들의 슬픈 역사가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김덕권 원불교 전 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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