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명동거리는 1분만 걸어도 이 구역 큰손이 누군지 알 수 있다. 10년 전엔 일본인이었고 현재는 중국인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리스크로 인해 유커(遊客·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모래알 빠지듯 사라졌어도 발길이 닿지 않는 이유다. 한국인지 중국인지 알 수 없는 명동거리에 내국인이 정 붙일 틈이 없었다.

최근 사드 해빙에 겨울철 유통업계는 온기가 돌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사드배치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기로 한 것에 이어 정상회담까지 앞두고 있어 업계는 다시 유커의 귀환을 기대하는 눈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는 11일에 중국의 온라인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를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다. 우리나라에서 '빼빼로데이'로 더 익숙한 이 날 백화점과 면세점, 온라인쇼핑몰 업계는 각 홈페이지에 광군제를 위한 할인혜택과 이벤트를 마련했다.

관광업계도 단체 관광객을 맞을 채비에 나섰다.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개별관광객이 하나둘씩 늘어나 한시름 놓았다"며 "아직 중국에서 한국행 단체 관광객을 허락해준 것은 아니지만 문의가 슬슬 들어오고 있어 여행 상품 제작을 위해 서둘러 호텔업계와 연락중이다"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광군제를 맞아 중국발 한국행은 물론 인천공항을 거쳐 제 3국으로 가는 항공권을 할인 판매한다. 또 환승 대기시간에 인천공항 스카이 허브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하는 혜택도 제공한다.

식품업계는 사드 갈등이 해빙무드에 접어들자마자 회복이 가시화 되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중국법인 매출이 지난해 대비 약 90%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매출 정상화에 돌입했다. 삼양식품도 효자상품인 '불닭볶음면'의 판매가 현재까지 1억3천개를 돌파하며 수출액이 사상 최대인 24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중국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컸던 화장품업계도 실적 개선에 시동이 걸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중국 대형 백화점에 오휘 등 주요 브랜드 매장을 오픈하며 다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3분기까지 매출액이 급락하는 등 부진했으나 비용 절감을 위해 판관비를 13.4% 축소하며 실적 상승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드 해빙 무드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높아지며 또 다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은 우려를 자아낸다. 정치·외교적 보복에도 철저히 을(乙)의 입장으로 굳어진 것일까. 명동처럼 내국인이 방문하지 않는 도시는 관광지로 의미가 없다. 내국인에겐 준 적 없는 할인 혜택을 남의 나라 행사에 펼쳐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뜨내기손님보다 단체손님이 좋다지만 해외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뤄져야한다. 아쉬울 때만 찾는 동남아와 유럽시장도 언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지 모르는 일이다. 사드 보복과 해빙 과정을 통해 얻은 교훈을 잊지 말고 반드시 탈중국화 해야 한다. 또 글로벌 사업으로 재편을 꾀해 어떤 보복에도 타격이 없는 기초 내실을 다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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