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오해와 진실'... "한자는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가득찬 그릇"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한민족으로서는 소중한 고대의 기록이 모두 한자로 되어 있어 우리 역사를 접하려면 먼저 한자를 만나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고대 조선(朝鮮)이 한자를 사용했고 부여(夫餘)가 이를 계승했으며 고구리(高句麗)와 백제(百濟)와 신라(新羅)와 가락(駕洛)이 또 한자를 사용했고 대진(大震, 渤海)과 고리(高麗)와 조선(朝鮮)에 이르기까지 한자는 우리 겨레의 이념과 역사와 문화와 정서를 담는 소중한 그릇이었다.

단군 왕검의 조선(朝鮮) 건국으로부터 조선의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반포하기 전까지 무려 3800여 년간 한자를 이용하여 의사를 전달하고 사실을 기록하였으며 세종의 한글반포 이후 지금까지도 한자의 사용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자를 대할 때마다 걸림돌이 되는 것은 한자가 ‘중국인이 만든 문자’라는 선입견이다. 이 말은 사실은 정체가 불분명하지만 세월의 두께가 더하면서 마침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말았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중학생용 한자 학습서의 서문에는 「한자는 중국글자다」라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있다.

한자의 기원을 이야기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학습서라는 점을 감안하여 ‘한자는 동방의 인류가 이룩한 뛰어난 문화유산으로서 우리의 실용문자다’라는 식으로 달리 표현하는 방법도 있을 터이다.

‘한자가 중국 글자’라는 선입견은 우리 문자를 갖지 못해서 남의 문자를 빌려다가 쓴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우리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자연 한자를 소홀히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 때 한글 전용론자들이 ‘한자폐지론’을 주장하여 국민교육에서 한자가 제외되었던 것도 결국은 ‘한자는 중국글자’이므로 우리가 애써 배울 필요가 없다는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홍익인간’의 높은 이념을 주창했던 우리 선조들이 문자가 없어 지나인들의 한자를 빌려다 썼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이념을 바탕으로 고대 조선을 건국하였을 뿐 만 아니라 성통공완(性通功完) 재세이화(在世理化)를 통하여 홍익인간 이념의 실천방법을 소상하게 일깨워준 우리 선조들이 자신들이 깨우친 이념을 표현할 방법을 몰라서 중국인들이 만든 한자에 담았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성통공완(性通功完)과 재세이화(在世理化)를 ‘도(道)’와 ‘덕(德)’이라는 덕목으로 세상에 펼친 우리선조들이 자신들의 이상을 표현할 방법을 몰랐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우리 선조들이 주창한 ‘홍익인간’ 이념은 ‘천지인합일사상’에 기초를 둔 미래 인류구원의 사상으로, ‘하늘과 땅과 사람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하나’라는 사유 또는 인식의 체계로써 한민족의 선조들이 수천년의 세월동안 우주자연에 대한 체험과 탐색을 통해 이룩한 세계관이며 자연관이며 우주관이다.

이런 이론체계에 우주 자연의 생성과 변화, 운용과 발전 등에 관련된 질서를 담아냄으로써 인류 문명의 기원은 물론 동서양의 사상과 철학이 탄생할 토양을 마련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는 ‘홍익인간’의 이념에 담긴 우리 선조들의 가치체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홍익인간’이라는 표현에는 익숙해 있으면서도 그것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우리 겨레의 성품에 대해서도 스스로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다른 겨레, 다른 나라 사람들의 가치관을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세계의 종교나 문화를 받아들여 잘 소화하는 것이 마치 우리 겨레의 장점이나 되는 듯이 떠벌이는 데는 익숙하지만 세계 종교나 문화의 뿌리가 우리로부터 기원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오히려 믿지 못하고 의심의 눈으로 보는 것이 오늘 우리 지식인들의 경향이다.

약간의 관심만 가지고 ‘홍익인간’의 이념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한겨레 고유의 ‘천지인 삼재사상(三才思想)’과 ‘음양(陰陽)의 논리’ 그리고 인류에게 보편적인 ‘광명사상(光明思想)’이 기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한자는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가득찬 그릇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는 이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자에 ‘천지인(天地人)’ 삼재사상과 ‘음양(陰陽)’ 철학 그리고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광명사상(光明思想)이 담겨 있다고 하는 것은 한자가 우주 자연의 생성 원리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고대 문명의 기원과도 깊은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조옥구 고문자연구소장/한자중국어특성화 대안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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