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투데이칼럼]작은 민주주의의 싹을 틔워야 할 때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격변을 겪으며, 갈등과 분열에 노출된 채 아직도 그 종착역이 아닌 진행형이다. 안으로는 정치상황의 대 변화가 있어 정권이 교체되었으나 통합적 수습이 안 된 상태에서 국론의 분열과 진영 간의 불신과 갈등이 첨예화되어 있고, 밖으로는 동북아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져 좀체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반도 평화가 절실함에도 주변 4강은 진정성을 갖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필자의 편협한 생각인지 몰라도 그들은 한반도의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거나, 아니면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듯한 오해를 살만한 외교적 언행을 일삼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우리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기는커녕,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가 21세기적 신형 사색당파가 형성되어, 백가쟁명의 짐승 울음소리 같은 포효를 하면서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무모한 싸움에 긴긴 날밤을 지세우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참 답답한 노릇이다. 풍전등화의 위기상황에서 사회안정과 통합이 절실함에도, 사회 전 분야에서 어느 누구도 통합적 무드조성을 위해 앞장 서는 자가 없다. 뺄셈의 구조화된 우리 사회의 현상을 보면, 남북통일을 입 밖에 내는 것조차 부끄럽다. 남북통일이 아니라 동서남북분열의 중국식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남남통합도 안된 상태에서 남북통합이나 통일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다.

필자는 동북아평화·남북통일을 선도하기 위해 남남통합이 절실하다는 논조를 자주 펴곤 했는데, 최근에 와서 느낀 것은 남남통합은 아직 멀었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가 사사로운 가족모임은 물론이고 동기회 모임이나 동아리 모임에서 상호신뢰가 전제가 된 토론문화가 사라져 버렸다.

그뿐일까! 조상의 제삿날 모인 형제자매·혈족끼리도 조상의 얼을 기리고 숭모하는 엄숙한 제례에서 조차 전쟁터의 적을 만난 듯 마구 다툰다. 다툼의 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 비이성적 고함과 적개심, 그리고 상호불신의 결과는 그냥 허무뿐이다. 구태여 국회나 정치권을 비유할 것도 없이 세상전체가 토론은 없고 싸움만 있는 것 같은 광경이 오늘날 사회일반의 형상이다. 왜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일까?

다시 기초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인간성의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교니, 통상이니, 협상이니를 떠나 개개인의 고집과 분노를 조절하고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상부상조·공존공영 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다. 처참하게 망가져 버린 사회적 합의의 근본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상호존중과 배려의 민주적 토론문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치열한 토론을 한 후에 결정된 것은 모두가 따르는 아름다운 민주적 회의문화의 회복이 필요한 때이다.

오나가나 어딜 가나 고집 쎄고 목소리 크고 적법절차를 생략하는 파쇼적 인간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몰염치한 적폐(?)를 일소하고,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민주적 사고의 선도자가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작은 일, 하찮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적법절차를 거쳐서 결정된 사안은 그만큼 강한 동력을 얻게 되고 민주적 합의과정에 대해 모두가 합동책임·협동책임·연대책임·공동책임을 지게 되므로 개인도 조직도 사회도 안정감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한 깨끗한 의사결정구조 하에 내려진 결론의 개울물이 중간중간에서 작은 통합의 만남을 갖게 되고 더 나아가 대해에서 서로 만나면 굳건한 대통합의 물결을 이루게 될 것이며, 그렇게 모인 물의 힘은 바위도 산도 밀어 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외유내강의 힘으로 국내에서의 통합된 힘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봄 날 산과 들을 수놓은 꽃대궐 같은 평화를 일굴 것이며, 화기애애한 존중과 배려, 섬김과 받듦의 헌신과 봉사로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면서 선한 민주시민으로 키워져 그 힘에 가속도가 붙어 남북 간의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통합을 이루면서 궁극적으로 동북아평화와 인류공존공영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그 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구조의 확립을 통하여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의 반듯함을 일깨워 주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공경하는 인간다움을 심어 주고,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 주면, 결코 그들은 낙망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장차 평화로운 조국의 간성으로 세워질 수 있는 긍정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이어가는 식의 작고, 가깝고 소박한 민주주의를 키워 갈 때에, 남남, 남북, 동북아, 세계평화와 안녕을 도모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작은 것에 충성(?)을 다 하는 시민정신을 키워 나가야 할 때이다.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장/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대표>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