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택부동산팀 권선미 기자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합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다음달 1일 공식출범한다.

두 공사가 통합되면 자산규모 105조원의 거대 공룡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를 위해 최근 내정된 이지송 사장을 필두로 양사의 중복기능을 없애고 필요한 기능을 살리되 인력을 1700여명을 감축키로 하는 등 외형적인 통합준비가 한창이다.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 설립위원회에 따르면, 통합공사는 중복기능 조정에 따라 기존 12본부 24개 지역본부에서 6본부13개 지사 형태로 대대적으로 조직이 개편된다.

물론 이같은 조직도가 나오기 전에 이미 양 공사 지역본부는 통합 후 어떤 건물을 사용하고 매각할지를 정하고, 사무실을 재배치하는 등 물리적인 통합도 속속 진행돼왔다.

더욱이 이지송 신임사장이 통합공사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최우선과제로 밝히면서도, 제반의 통합과정을 양 노사의 상호협조 아래 공정하고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해 물리적 통합이 아닌 화학적 통합의 기대감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한 통합의 주체인 양 공사의 내부 조직원들의 통합은 아직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기능중복으로 어쩔 수 없이 통합이 된 조직이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면 외형적인 통합보다 내부 조직구성원의 화합을 바탕으로 한 통합이 무엇보다 시급함에도 여전히 '기싸움'이 한창인 상황이다.

이유야 어떻든 통합이 이뤄지고 나면 더이상 '주공' '토공'은 존재하지 않게 됨에도 불구, 여전히 어느 공사 출신이라는 꼬리표에 연연해 구성원끼리 편을 가르는 분위기다.

어제 주공 노조는 본사 노조원들을 상대로 통합과정에 대한 설명회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이번 통합공사의 가이드라인에 자신들이 제시한 안이 크게 반영됐다며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통합의 주도권을 사실상 주공이 쥐고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어안이 벙벙한 노릇이다. 통합이 이뤄지고 나서 이런 기싸움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 양 공사 노조는 여전히 신경전이 대단하다.

통합이 이뤄지면 노조 역시 하나로 구성돼야 함에도, 양 공사 노조는 노조 통합도 하지 않을 눈치다. 노조원숫자의 차이로 통합하기 힘들다는 핑계지만 출신성분(?)이 다르니 노조를 하나로 만들기 싫은 것이 속내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합이 되더라도 토공 노조는 그들의 노조원 이익만 대변하고, 주공 노조 역시 그들의 주장만 내세울 공산이 크다. 물론 조직의 1/4를 잘라내는 서슬퍼런 구조조정을 눈 앞에 둔 현 시점에서, 기존 출신소속 직원을 지켜내기 위한 양 공사 노조의 대립은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합공사 설립위원회가 조직원 화합을 위해 마련한다는 프로그램도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다. 서로 진심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양 공사 직원들을 그저 한 자리에 앉혀 놓는다고 없던 이해와 화합이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새출발에 앞서 통합공사 설립위원회는 물리적 통합에 앞서 양 공사 직원들을 진심으로 통합시킬 복안이 시급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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