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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연의 법고창신] 지도층의 ‘내로남불’
지도층 인사-. 여론을 주도한다. 그러하기에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라고 한다. 마땅히 각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가 존망(存亡)을 좌우하기도 한다. 위상이 큰 만큼 국민에게 일거수일투족이 비쳐진다. 지도층의 처신이 중요한 이유다.

정치인을 비롯한 지도층이 존경받고, 그들의 말에 힘이 실리는 길은 무엇일까. 솔선수범이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라고 하면 따르는 이가 없다. 춘추시대 노나라의 실권자 계강자가 공자에게 바른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직설적으로 대답한다. “정치는 올바름입니다. 지도자인 당신이 앞장서서 바르게 하면 그 누가 감히 바르게 하지 않겠습니까?(政者 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정치인이 모범 보이면 백성 지지

당연한 말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행위를 본보기로 만들어야 신뢰를 얻어 관리하고 통치할 수 있다. 자신이 바르지 못하면서 남을 바르게 하는 경우는 없다. 공자는 계강자에게 한마디 덧붙이기를 “군자의 덕은 바람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고 했다. 바람이 풀에 분다면, 풀은 반드시 바람의 방향에 따라 눕게 될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정치인이 모범을 보이면 백성이 모두 그에 따를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지도자의 모범적 언행은 윤리지수가 상식적이어야 함을 뜻한다. 나아가 한 단계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이는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본인이 살아오는 동안 스스로 만든 것이다. 진실함이 생명이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은 곳에 관심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군자는 보지 않는 곳에서 삼가고(戒愼乎 其所不睹), 들리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두려워해야 한다(恐懼乎 其所不聞)”고 ‘중용’은 가르치고 있다.

물론 매사 경직된 자세로 살아가라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유연함, 곧 부드러움도 필요하다. ‘거경행간(居敬行簡)이다. 자신에게는 엄격하되 대인관계는 소탈하게 하라는 뜻이다. 중궁이 공자에게 자상백자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그만하면 사람이 소탈하고 괜찮다."고 말했다. 이에 중궁이 말하기를 "평상시에는 신중하다가 행동할 때는 소탈한 자세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평상시에도 소탈하고 행동할 때도 소탈하면 너무 소탈한 것이 아닐까요.(居敬而行簡 以臨其民 不亦可乎. 居簡而行簡 無乃大簡乎)” 이에 공자는 "중궁의 말에 일리가 있다.(雍之言然)"고 답했다.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행태

평상시 자신에겐 엄격하고, 주변엔 너그럽게 대하라는 의미다. 그렇다. 혼자 있을 때는 완전히 흐트러진 태도를 취하다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이러쿵저러쿵 원칙을 내세우면서 까다롭게 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아무데나 휙 버리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그런 행동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리는 경우가 흔히 있다. 예컨대 야당일 때는 집권여당의 무원칙한 인사를 그렇게 비판하던 정당이 막상 집권을 한 후에는 똑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율배반적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홍 후보자는 그동안 부의 세습을 비판하며 이른바 '재벌 저격수'로 불려왔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을 받고 있어 자진사퇴 여론이 거세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라는 지적이다. 하긴 전·현 정부 고위공직자 중 이런 유형의 인사들이 어디 한 둘이었던가!

나라가 시끄럽다. ‘적폐청산’이니, ‘정치보복’이니 여야 정치권의 갈등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허탈감과 분노에 차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과 주변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전임 정부 국가정보원장 세 명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국방장관을 지낸 이는 사이버사 댓글 사건으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최고지도자의 책임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한심한 일은 자신의 판단 없이 모두 대통령이 시켜서 했다는 식이다.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설령 대통령이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잘못으로 빠져들었다고 하더라도, 직언하지 못한 고위직 참모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반구저기(反求諸己), 군자는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고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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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주필 dtoday24@dtoday.co.kr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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