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냐…보유자냐" / 美 자율주행버스 사고계기
보험 등 놓고 배상주체 논란 / 車 손배법 운전·운행 분리돼
현행선 책임소재 불분명… / 기술발전따른 법보완 시급

▲ 구글 계열의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가 내년부터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하고 우리나라도 오는 2020년이면 자율주행차가 운행될 예정인 가운데 자율주행차 사고가 나면 그 책임 소재를 놓고서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웨이모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공도로에 선보인 운전석에 사람이 앉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도심에서 완전 무인 자율주행 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운전자 없이 인공지능에 의해 GPS와 커브 센서 등으로만 움직이던 이 버스는 운행을 시작한 지 불과 2시간 만에 후진하는 트럭과 접촉 사고를 내고 만다.

다행히 차량 범퍼가 부딪친 정도로 사고 규모는 크진 않았지만 운전석이 빈 상황에서 승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제작사인 프랑스 업체는 시스템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상대방 운전자 과실에 의한 사고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운전자가 있었으면 미리 경적을 울려 상대방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 사고를 예방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본격화되는 자율주행차 시대, 여러 가지 법적 문제 야기

구글 계열의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가 내년부터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하고 우리나라도 오는 2020년이면 자율주행차가 운행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이와 유사한 자율주행차 사고가 나면 그 책임 소재를 놓고서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도입의 취지는 현재의 높은 교통사고율을 크게 줄인다는 것이다. 조셉 카니안드라 전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 국장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 국제 콘퍼런스'에서 '종합 안전측면에서 기술과 자율성의 미래'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교통사고 발생 원인의 90%는 운전자로 인한 것으로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안전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NHTSA 등의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 원인 중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0%, 도로환경 7%, 차량 관련 3%로 나타났고 운전자의 50% 이상이 브레이크를 적절히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며 "자율차를 통해 이를 적절히 제어한다면 지난 2015년 250만건 수준이던 교통사고가 2040년 70만건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회입법조사처와 서울대 금융법센터, 한국예탁결제원 공동주최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기술발전과 금융규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은 '기술발전과 보험규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자율주행차 교통사고에 따른 보험적 해결방안으로 세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사진=국회 입법조사처


▲자율주행차 도입, 인간오류 제거로 교통사고 크게 줄여

문제는 완전자율주행차 도입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책임을 운전석에 앉아만 있던 탑승자와 자율주행차를 만든 제조사(또는 자율주행시스템을 만든 소프트웨어 회사)에게 어떻게 귀속시키느냐다. 탑승자는 운전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자율주행차의 소유자이고 제조사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운행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누구의 책임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변호사)은 지난 10일 국회입법조사처와 서울대 금융법센터, 한국예탁결제원 공동주최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술발전과 금융규제' 세미나에서 '기술발전과 보험규제'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크게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현행 자배법상 '운전'과 '운행'의 분리로 책임귀속 주체 불분명

황 연구위원은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교통사고 배상책임의 주체를 자동차 운행으로 이익을 얻고 운행을 지배하는 '운행자'와 실제 운전행위를 하는 '운전자'로 나눈다"며 "운수사업용 차량이 아닌 개인용 승용차는 운행자와 운전자가 일치하지만 자율주행차는 개인용 승용차라고 하더라도 운전과 운행이 분리돼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운전행위를 하지 않은 자율주행차 탑승자(보유자)를 운전자로 보기 어려워 자배법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황 연구위원은 먼저 자율주행차 보유자가 피해자에 대해 1차 책임을 부담하고 자율주행 차량이나 자율주행시스템의 결함이 인정된 경우 보유자가 제작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최근 독일과 영국이 채택한 방식이다.

▲1안, 보유자 책임 후 제조사 구상권 청구…현행법 체계 내 해결, 제조사 책임 낮아


현행법 체계에서 운수회사 버스가 사고를 낼 경우 버스 운전자가 아닌 운수업체가 원칙적으로 책임을 부담하는 것과 같이 인공지능(운전자)이 사고를 냈어도 보유자(운행자)에게 책임을 부과해 피해자 보호를 두텁게 하는 것이다.

이 안은 현행 법제를 유지해 법적 안정성이 높은 반면 사고 위험을 통제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자율주행차 보유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불합리성이 있다. 또한 자율주행차사고의 발생 원인인 차량(인공지능) 결함을 줄일 수 있는 제조사에게 적절한 책임을 부과하지 않아 사고발생을 더 감퇴시키지 못한다는 비효율성의 문제도 있다.

▲2안, 제조사 책임 부과…과실책임원칙 부합, 현행법 체계와 다른 새로운 입법 필요

이에 따라 제작사에게 사고 피해에 대한 1차 책임을 부담시켜 사고발생의 원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된다. 이른바 제조사 책임법제는 실질적인 주된 사고 원인을 제공한 주체가 배상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과실책임 원칙에 부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안은 현재 운행자에게 사고 책임을 묻는 현행법 체계와 맞지 않고 자율주행사고를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취급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3안, 보유자·제조사 공동배상책임…자율주행차 보유자만 이중 보호, 보험운용상 문제

이에 양자를 절충해 운행자인 자율주행차 보유자와 위험 원인을 제공한 제조사가 공동으로 1차 책임을 부담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 안은 복수의 책임주체를 인정하면 보험가입 의무자를 누구로 해야 할지, 보험료는 누가 납입하고 사고 발생시 신고 의무는 누구로 해야 할지 등 여러 가지 보험제도 운용상의 문제가 제기된다. 또 공동배상책임자를 설정해 일반 교통사고 피해자보다 자율주행사고 피해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러한 입법론적 대안에 대해 이날 토론에서 박인호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자배법상 자율주행차 결함에 의한 사고는 운행자의 과실이 없더라도 운행자에게 책임을 부담하게 하고 보험사가 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배상책임자인 보험사는 보험자대위에 의해 자율주행차 결함 사고의 원인 제공자인 제조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 체계 내에서의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1안에 가까운 해석론적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현행법 체계 내 해석하되 자율주행차 보유자·제조사 보험 부담 강화 대안 제시

이어 "자율주행차의 경우 제조사가 제조물책임법상 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함과 동시에 운행자도 책임보험을 강제화함으로써 자율주행차는 일반 승용차보다 제조사와 운행자 모두 보험료 부담을 높여 사고발생시 제조물책임법과 자배법상 공동 배상에 따른 보험금 증가 부담을 나누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배상책임을 주장한 3안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사고 피해자의 피해구제 수준이 강화된 만큼 보험료 부담을 높여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율주행차는 기술의 복잡성으로 그 결함의 증명이 곤란하므로 제조사와 보험사에게 무과실 책임을 부과하되 제조사가 기술적 결함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면 면책하는 입법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아울러 제조사나 보험사가 자율주행차 운행과 관련된 다양한 면책사유를 약관으로 설정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감독당국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법상 제조물 책임법 강화 필요…피해자 권익과 사회적 부담 공평 배분 균형 찾아야

정대익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법제상 자율주행차 사고에서 피해자나 구상권을 행사하는 보험사가 제조사나 자율주행시스템 제공자의 책임을 묻는 도구로서 제조물책임법은 한계가 있으므로 제조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대·개편되어야 한다"며 "기술 발전에 따른 위험한 편익과 기술의 억제를 통한 불편한 안전의 스펙트럼 사이에서 피해자 권익 구제와 사회적으로 공평한 부담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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