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경동 메드빌 ‘청약제로’… 수도권-지방 양극화
주택 과다공급이 입주물량 포화 문제로 이어져

▲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꾸준히 하락하던 전국 미분양 물량이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조짐이 심상찮다.

정부가 6·19 부동산 대책에 이어 8·2대책,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주택 소비 심리가 위축돼 수요가 줄어든 게 원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주거선호도가 높은 서울을 제외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 시장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의 미분양주택현황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9월말 기준 총 5만4420가구로 전월(5만3130가구)대비 2.4%(1290가구) 늘었다.

지역별로 수도권 미분양은 1만311가구로 전월(9716가구)대비 6.12% 증가했고 지방은 4만4109가구로 1.6% 늘었다.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이 입주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집값 하락은 물론 나아가 역전세난도 예상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지방 분양시장에서는 1순위 청약에서 한 명도 신청하지 않은 이른바 '청약제로' 단지가 등장하는 등 미분양 적신호가 실제로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리얼투데이가 지난 7일 8·2 대책 발표 이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청약경쟁률 상위 20개 단지를 분석한 결과 7개 단지가 서울, 4개 단지는 부산이었다.

이 같은 열기에도 불구하고 이달 경기 안성시에서 분양한 '안성 경동 메르빌'은 317가구 모집에 단 한 명도 청약을 넣지 않아 청약제로라는 굴욕을 맛봤다. 서울과 부산 지역 청약 경쟁률이 수십, 수백대 일까지 치솟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이다.

더 큰 문제는 대규모 입주물량이다. 미분양이 늘고 있는 가운데 공급과잉에 따른 입주대란으로 소화불량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7만9천여가구에 달하고 내년에는 44만가구로 늘어난다. 이는 지난 2000년 이래 18년만에 최대치다. 지난 10년간 입주물량이 연평균 24만5147가구인 것에 비교하면 두 배가량 급증하는 셈이다. 지난해 입주물량은 29만3천가구였다.

박근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자 건설사들이 앞다퉈 주택 공급(인허가)에 나선 물량들이 집주인을 맡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관련 연구기관들은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변수로 일제히 '입주 물량'을 꼽았다. 호황기 때 이뤄진 '주택 과다공급'이 현재 '입주 물량포화'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입주 물량 급증지역을 중심으로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상승하던 지역이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상반기의 정책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지역별 맞춤 정책을 마련하고, 입주 물량 급증지역의 연착륙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서울은 금리상승 압박과 준공증가에도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해 거래는 감소하더라도 가격은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며 "준공이 많은 기타 지방의 열기는 크게 위축돼 가격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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