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팀 정우교 기자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오랫동안 응급실 간호사를 지낸 지인은 '간호사는 정말 힘든 직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쉬는 날도 불규칙하며 수많은 환자들을 돌봐야하니 얼핏 들어도 업무 강도가 느껴질 정도다. 아마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다면 24시간 계속되는 간호사들의 업무를 직접 지켜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작 내부에서 간호사들의 업무환경에 신경써야 할 병원 관계자들의 눈은 다른 곳에 걸려 있는 듯 하다.

지난 10일, 노컷뉴스는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장기자랑이라는 명목 하에 선정적인 옷차림과 춤을 강요받았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재단행사 장기자랑 시간에 짧은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가 춤을 췄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의상과 안무, 심지어 표정까지 '강요'받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뿐만 아니다. 춘천이 지역구인 김진태 자유한국당의원의 후원금까지 강요한 의혹도 제기됐다. 갑질에 갑질…도대체 간호사들의 인권은 이 갑(甲)들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해당 병원의 비전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고객과 직원이 모두 행복한 병원'

이 사태에 대해서 고객, 즉 국민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분노가 치민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미 '간호사 처우개선'에 대한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으며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 숲'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곪은 것이 터졌다'라는 반응이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사실 신규 간호사 월급문제, 임신순번제 등 간호사들의 처우에 대한 문제는 분명 예전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그러나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춘천성심병원과 같은 구체적인 사례가 밝혀져야 그 '나타남'의 시간이 그나마 길어졌다. 이번에는 달랐으면 한다. 해당 병원은 의상과 안무를 고민할 시간에 직원들의 '행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철저하게 마련해야한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한 것이다.

간호사들의 '임신순번제'를 다룬 영화 '내 차례'에서는 임신을 한 간호사에게 상사가 산부인과 연락처를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임신순번제를 지키지 않고 먼저 임신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꽤 충격적인 장면이지만 지금까지 등장한 여러 증언과 보도는 이러한 비인권적인 제도는 비일비재하다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현실이 영화보다 더 충격적일 수 있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앞으로 간호사들의 임신과 출산,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문제는 관련 법규 개정 및 처벌 강화 등을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한다. 그리고 간호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도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더 나아가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도 돌아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이는 여성이기 때문에 간섭받고 억압받는 사례다. 최근 갈 곳을 잃은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이럴 때 제대로 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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