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사이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16개월 만에 해소될 조짐을 보이면서 유커(遊客·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방한이 많아지고, 중국 내 한류 연예인들의 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때는 하루 판매액 1682억 위안(28조3078억 원) 중 해외 수입상품 판매순위에서 한국은 일본, 미국, 호주, 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를 기록했다. 지난해 3위에서 두 단계 떨어졌지만 사드여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양국 분위기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됐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13일 아세안(ASEAN) 정상회의가 열린 필리핀 마닐라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를 조속히 정상적 궤도로 추진해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회동, 안정적인 한·중관계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중국에서의 한·중 정상회담과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정상 간 만남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한·중 갈등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다는 점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양국 관계의 현실을 냉정히 돌아볼 점이 한둘 아니다. 중국은 사드 보복에 대해 아직 유감 표명 한마디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 국가안보를 위해 방어무기인 사드 배치에 대해 몰이해적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 ‘3불’(사드 추가 배치, MD 가입,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 양국은 상호호혜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중국의 위압적 행태를 그대로 두고 동반자적 관계 구축은 불가능하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고, 봄이 와서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면 강물에 있는 오리가 봄을 느낄 수 있다’는 양국 정상들의 말이 현실화되려면, 무엇보다 중국의 패권적 행태가 지양돼야 한다.

우리의 전략적 선택도 중요하다. 중국은 우리 수출의 1위국이다. 한국의 대 중국 수출비중 31.8%(홍콩 5.8%포함)로 대미 14%, 대일 수출비중 4.9%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중국이 하루아침에 급변해 적대적인 관계에 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동남아 등 교역의 다변화에 나사야 한다. '포스트차이나(Post China)'다. 중국은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는 나라다. 중국은 우리와 달리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경제적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무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혹은 막연히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 규모에 현혹돼 중국으로 나가는 우리 기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은 사드 갈등 속에서도 기술이나 경쟁력으로 무장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기업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중 양국은 상호이해와 상호존중의 정신으로 상생의 시대를 개척해야 한다. 경제·문화 분야 뿐 아니라 정치·경제·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윈윈(win win)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새로운 한·중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제가 있다. 우리의 운명을 타국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갖춘, 자강론(自强論)이 긴요하다. 15일 귀국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당국자, 기업인, 국민 모두가 현실을 바로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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