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만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국제기구의 진단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와 관련, 중장기적인 구조개혁 과제를 강조했다. 경제계 회복 국면인 지금이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제언이다. 불황일 때 고용시장에 ‘메스’를 들이대면 자칫 침체를 더 가속화할 수 있는 탓이다. 20년 전 외환위기 당시처럼 막다른 골목에서 구조조정을 하면 후유증이 커지기에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IMF의 문제 제기는 새삼스런 게 아니다. 구조개혁은 우리 경제의 ‘해묵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제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저하된 조선, 건설 등 전통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경기가 지금처럼 나을 때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철강처럼 해외수출 관련 산업 중 경쟁력이 많이 약해진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15년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은 그리스와 20년 동안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는 경제 구조개혁은 하지 않고 외국에서 돈을 빌려가면서까지 지금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과 같은 정책을 추진하다가 결국 위기를 맞았다. 일본은 자산 버블이 꺼지면서 찾아온 불황을 정부 지출과 돈을 풀어 해결하려다 장장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경기 침체를 겪었다. 그러다가 요즘 다시 살아나 거의 완전고용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그 이유는 노동시장 개혁, 법인세 인하, 서비스업 생산성 향상 및 활성화, 산업경쟁력 강화법 제정 등 구조개혁을 단행하자 자원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생산적인 부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산지적 삼아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전제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상당한 의지가 있어야 구조개혁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고용 및 노동관계 개혁이 그렇다. 이는 IMF가 이날 제시한 ‘유연안정성(flexicurity)’ 개념과 비슷하다. 정규직에 대한 유연성 확대, 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이다. IMF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적·구조적 변화의 수요는 새로운 노동시장 구조를 형성할 것이라는 미래 청사진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우리나라는 소위 노멘클라투라, 곧 귀족노조들이 ‘튼튼한 철밥통’을 더 키우겠다고 연례적으로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실업자가 사상최고치를 갱신하고 있고, 국가경제가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데도 오불관언이다. 그런 측면에서 재벌개혁 못지않게 시급한 게 노동개혁이다.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노동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번번이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구조를 흔드는 작업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정규직, 특히 대기업 귀족노조 보호를 완화하는 등의 노동시장 개혁과 각종 투자·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상품시장 개혁은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규제개혁 없이 4차 산업혁명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데에도 공감해야 할 것이다. 현실성 있고, 선제적인 규제개혁이 필수적이다. 노동시장 개혁과 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우리 산업의 질적 개선이 시급함을 직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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