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최대 자산’인 고급 두뇌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다.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두뇌유출의 유형은 유학 후 현지잔류, 기술 인력의 해외이민, 외국회사 취업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단편적인 사례이긴 해도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우 대학교수 초빙공고를 보고 지원해 오는 외국학위 취득자의 수가 최근 1, 2년 사이에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뒷받침이다.

이런 현실에서 설상가상 중국에서 우리의 고급 인력을 빼가고 있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최근 '배터리 굴기(堀起)'를 외치며 대규모 투자에 나선 중국이 한국 고급 인력 스카우트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가 경력 10년차 이상에게는 연봉 4억∼5억원까지 제시하는 등 국내 업체보다 3∼4배 더 많은 급여를 주겠다고 제안하면서 적잖은 고급인력이 중국업체로 이직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재직 중인 배터리 핵심 인력 중 30~40%가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전자 분야에서 '한국 핵심 인력 빼내기'로 우리나라와 기술격차를 줄인 중국이 차세대 먹을거리인 배터리 분야까지 넘봄에 따라 업계는 물론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예컨대 중국의 한 전기차 업체에 이미 100여명의 한국인 인력이 스카우트돼 일하고 있다는 보고서도 있을 정도다. 한심한 일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인력이 유출됐는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길러온 고급두뇌인력을 더 이상 잃지 않으면서 계속 양성하고 지켜 나갈 수 있는 종합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의 주간지 일렉트로닉 엔지니어링 타임즈(EET)가 미국, 유럽, 아시아의 전자 및 IT 분야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과 일본의 연구진이 대체로 만족스럽게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외국 파트너 중에서 한국인이 각각 11%와 2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연구 인력 수준이 국제적으로 어깨를 견줄만하다는 고무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즉, 고급두뇌를 확보하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먼저 국내의 고급인력을 잘 지키고 그들이 흔들림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기술경쟁 시대에서는 뛰어난 인재가 기업이나 국가의 으뜸가는 자산이 된다. 모든 산업의 핵심 요소는 ‘사람’이다.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기업 백년대계’를 위한 인재 육성과 지키기에 국가 차원서 나서야겠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