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환란체제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문민정부의 세계화 구호 속에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보던 한국경제는 하루아침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파산했다. 실상이 이러했으니 국민의 절반 이상(57.4%)이 근대화 이후 한국 경제의 최대 악재로 ‘IMF 환란’을 꼽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도 있다. 응답자의 39.7%가 ‘본인, 부모, 형제 등의 실직 및 부도를 경험’했고, 64.4%가 ‘경제위기에 따른 심리적 위축’을 느꼈으니 얼마나 큰 충격과 상처를 남겼는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랬던 성적표가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때 39억 달러까지 줄었던 외환보유액은 4000억 달러를 코앞에 두고 있다. 주가지수인 코스피는 3000포인트를 기대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은 투기 등급 수준인 B+에서 AA가 됐다. 일본보다도 높다. 경상수지는 68개월째 흑자 행진이다.
그렇다면 외환위기의 원인(遠因)이었던 한국 사회의 구조적 요인은 과연 극복했는가. 이 시점, 한국 경제가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만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IMF의 최근 진단은 큰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IMF는 한국 경제와 관련, 중장기적인 구조개혁 과제를 강조했다. 경제계 회복 국면인 지금이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제언이다. 불황일 때 고용시장에 ‘메스’를 들이대면 자칫 침체를 더 가속화할 수 있는 탓이다. 20년 전 외환위기 당시처럼 막다른 골목에서 구조조정을 하면 후유증이 커지기에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우리가 타산지적 삼아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전제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상당한 의지가 있어야 구조개혁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고용 및 노동관계 개혁이 그렇다. 이는 IMF가 제시한 ‘유연안정성(flexicurity)’ 개념과 비슷하다. 정규직에 대한 유연성 확대, 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이다. IMF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적·구조적 변화의 수요는 새로운 노동시장 구조를 형성할 것이라는 미래 청사진도 제시하고 있다.
규제개혁 없이 4차 산업혁명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데에도 공감해야 할 것이다. 현실성 있고, 선제적인 규제개혁이 필수적이다. 노동시장 개혁과 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산업의 질적 개선이 시급함을 직시할 때다. IMF 외환위기 20주년을 맞는 우리의 다짐이어야 한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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