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주차장 기둥, 한국은 '풀썩' 일본은 '거뜬'

 

日 작년4월 구마모토 지진때 피해건물 80∼90%가 '필로티', 기둥마다 철골구조화 '주효'
日정부 '내진보강' 활발, 세제지원 등 비용분담, 민간 자발참여 유도케

美·中선 지진다발지역에 지반사이 적층고무 삽입, '면진장치' 적용 확대추세

포항지진으로 전국에서 온 국민이 들썩였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체감 위력은 매우 강했다. 건물 외벽 벽돌이 무너져 내려 주민들이 서둘러 대피했고 철근은 엿가락처럼 휘어 바깥으로 앙상한 모습을 드러냈다. 지진이 일어난 현장에는 잔해가 널브러져 있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주지진이 발생한 지 1년 2개월 만에 강진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우리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공포와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 일간투데이는 국내 내진설계 현황과 실태를 파악해 문제점을 돌아보고 해외사례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총 3회에 걸쳐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우리나라도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1년 만에 우리나라 지진계측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경주지진에 이어 올해 포항지진이 발생하면서 구조물에 내진(耐震) 성능 보강이 시급한 정책 과제로 꼽힌다.

국내에선 내진관련법을 1988년 제정했지만, 국내건축물의 내진율은 현재 6.8%에 불과하다. 최근 대형지진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로 볼 때 내진설계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비약적인 도시화와 산업화로 지진에 따른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처의 지진피해예측모델에 의하면 서울에 규모 7.0 지진 발생시 건축물 피해 추정액은 427조원, 간접손실 피해 추정액은 536조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는 지진방재대책의 일환으로 내진설계 규정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민간의 내진 보강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부족 및 관련 예산 미흡 등 보완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에 기존 건축물의 내진 보강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본의 지진 대응 체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대안이 나오고 있다.

잦은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의 경우 현행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공공 건축물에 대해서는 내진설계 도입을 의무화하는 등 기존 건축물의 내진 보강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 "日 처럼 세제지원으로 민간의 자발적 참여 유도해야"

지난해 경주지진 이후 정부는 건축법 개정으로 올해 신축 건축물부터 2층 이상 500㎡ 이상의 건축물까지 내진설계를 확대했다.

하지만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은 수익성과 연계성이 없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강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내진 보강 사업을 유도하고, 학교나 병원, 유치원 등 공공성이 있는 건물의 경우 건축주에게 법적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4월 발표한 '기존 건축물의 내진 보강을 위한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기존 주택에 대해 내진 성능 진단이나 구조 보강을 확대하려면 국가나 지자체에서 소요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며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인허가할 때 내진 보강을 전제로 층수나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기존 건축물의 내진 성능을 보강하기 위해 자금 보조나 대출,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제도를 두고 있다. 특히 내진 진단 비용은 국가와 지자체에서 3분의 2가량을 부담한다.

국민안전처의 '기존 공공시설물의 내진보강기본계획'을 보면 지난 2015년 말 기준 국내 공공 시설물의 내진 성능 확보율은 45.6% 수준으로 이 중 학교시설(23.7%)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민간 건축물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총 698만6913동 가운데 내진 성능이 확보된 건축물은 6.8%에 불과하다는 국토교통부 조사도 있다.

이 가운데 현행 건축법에 규정된 3층 이상의 내진설계 대상에 해당하는 규모의 건축물이 총 144만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진 성능 확보율은 33%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이는 일본 건축물의 내진 성능 확보율 82%와 견줘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1995년 1월 한신·아와지 대지진 발생시 현행 내진 기준에 미달하는 1981년 이전 건축물에서 피해가 집중됐다. 이 계기로 1995년 '건축물의 내진개수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기존 건축물의 내진 보강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일본 정부는 2013년 '내진개수촉진법' 개정을 통해 주택 및 학교와 백화점 등 다수가 이용하는 건축물에 내진화율을 오는 2020년까지 95%로 상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진 진단에 드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건축물의 내진화를 촉진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자금보조 ▲세제혜택 ▲대출 등 다양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소득세 등의 공제나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을 국내에 도입하기에 앞서 재원 확보를 통해 추진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정부나 교육기관에서는 '재난관리기금' 또는 '재해대책수요 특별교부금'과 같은 재원이 있지만, 재해가 발생한 경우 복구비용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가 제한돼 있다"며 "이 재원을 학교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의 내진 성능 평가 및 내진 보강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기금 운용 방안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일본 필로티 건물, 지진에도 '거뜬'

한편 지난 15일 경북 포항 지진 당시 다세대주택의 건물 기둥이 부서지면서 '필로티 건물'의 취약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 때도 피해건물의 80∼90%가 필로티 건물이었다. 이에 일본은 필로티 구조의 지진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1층 기둥에 철골 구조물을 세워 내진 성능 보강을 꾀했다.

이처럼 해외에선 ▲내진 보강 ▲제진(制震) 보강 ▲면진(免震) 보강 등 내진 개수 공법이 잘 발달해 있다.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구조물에 각종 공법을 적용해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구조물을 보강하는 내진보강 기술이 대표적이다. 특히 많은 지진이 일어나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연구 및 발전돼 왔다. 그 외에도 프랑스와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도 내진설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제진보강은 지진 에너지를 흡수하는 댐퍼(damper) 등을 설치해 지진 피해를 줄이는 공법이다. 건축물의 강도와 변형 성능을 그만큼 높이지 않고도 보강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981년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적용했으며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이후 제진구조 시스템의 효과가 검증되면서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면진보강은 건물과 지반 사이에 적층 고무를 삽입해 지진 피해를 줄이고 상부 구조에 대해서는 특별한 보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을 말한다. 1970년대 프랑스에서 최초로 발명됐으며 일본을 중심으로 기술이 발전돼 현재는 일본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5천여동 이상의 건축물에 면진장치가 적용돼 세계 최대 면진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자국내 면진장치 시장규모는 연간 4천억엔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환태평양지지대에 있는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면진장치 적용이 증가하고 있다. 지진 다발국가인 중국도 지진에 따른 인명피해가 증가하면서 면진장치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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