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에 무지한 사람들

[일간투데이 황한솔 기자] "빈곤은 인간으로서 수치스런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독하게 불편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환경에서 살며 자란 부자들은 애초에 가난한 삶의 모습을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예로 미국 힐튼 집안의 패리스 힐튼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줄 몰랐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전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반기문도 서민의 대중교통인 지하철 표를 사기 위해 2만원을 넣는 모습도 포착돼 부자들은 빈곤은 둘째라고 하고 평범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난에 무지는 부자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도 가난에 대해 모를 때가 많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부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행사하는 '빈곤 때리기'가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빈곤 때리기는 가난을 토로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빈곤하지 않다"고 말하거나 "가난한데 왜 사치냐"고 비판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외에도 "가난은 이런 것이다", "가난하다면서 밥 3끼 챙겨 먹느냐"고 불안을 토로합니다. 

실제로 아사히신문의 온라인 매체 워드뉴스는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는 빈곤 때리기 현상에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아동빈곤율은 13.9%로 10명 중 1명정도는 빈곤이라고 부를 정도의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가난해야 정말 가난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배고파서 풀이나 종이를 뜯어 먹을 정도", "옷이 찢어지거나 초라한 모습", "노숙자의 자녀"라고 말했습니다.

즉,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상태가 가난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스마트폰도 빈곤 때리기에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해 일본 시가현 히코네시 지역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소비 여부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그렇지 않는 학생들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소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에 스마트폰도 사용하면서 무엇이 가난하냐며 질책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긴급 연락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일본의 사회와 문화가 닮은 우리나라도 이 같은 빈곤 때리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경기 불황으로 취직이 안돼 실업률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고 노인들은 폐지를 주워야 생계가 이뤄지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갭은 점점 커지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도 심화되고 있어 한국사회도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 위해 정부가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지출과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양근화를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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