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과 그 가족의 사회적 책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재벌가의 ‘슈퍼 갑질’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현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이번엔 세 번째 아들이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재벌3세인 김동선 씨는 지난 9월 사석에서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들하고 술을 마시다 폭행하고 폭언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까지 잡고 흔들었다고 한다.

김동선 씨가 '엎드려 사죄한다‘며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는 김 씨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변협이 고발까지 한 데에는 김동선 씨에게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서울 청담동 술집에서 만취해 위험한 물건으로 종업원 두 사람의 뺨과 머리를 두세 차례 때리고, 출두한 경찰관에겐 욕설을 하고 이동 중인 순찰차에서 발길질해서 유리창을 깨는 등 차량을 훼손,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6개월 만에 또 만취해서 거의 유사한 이번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런 김 씨가 자숙할 줄 모르고, 이날 변호사들 모임에 참석했다가 만취해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변호사들에게 '너희 아버지 뭐 하시냐, 나를 주주님이라고 불러라.' '지금부터 허리 똑바로 펴고 앉아라, 존댓말을 써라' 등 모욕적인 발언까지 했다는 게 당시 현장에 있던 변호사들의 증언이다.

사법당국에서 의법 처리하겠지만, 실정법을 떠나 ‘인간 말종’ 같은 갑질은 단죄돼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에서 지도층과 ‘있는 집안’ 인사들의 사회적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확립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상습 폭언과 백미러 접고 운전 강요,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의 갑질 매뉴얼과 폭행 등 재벌가 2,3세의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은 국민들 기억 범위 내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갑질을 일삼는 재벌가는 사회적 비난이 빗발치고 감독관청이 조사, 제재에 나서면 그제서야 슬그머니 몸을 낮춘다. 우선 위기를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오너 경영인들의 갑질이 이런 식으로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 누구보다 재벌 2, 3세들의 인성에 기반한 윤리도덕성 확립이 요청된다. 이미 우리 사회 권력이 정부로부터 시장, 기업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 또한 갑질로 국민의 공분을 사지만 대중과 매체에 의해 상시적 감시를 받는다.

반면 재벌 2,3세들은 연예인보다도 감시를 덜 받지만 이들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은 국회의원 한두 명에 비할 바가 아닌 게 현실이다. 재벌가에서 자손들에게 이익 추구 위주의 경영수업만 시킬 것이 아니라, 덕성과 시민성을 길러줘야 한다. 재벌 1세 때만 하더라도 이런 일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 2세, 3세로 내려오면서 점점 심해진다.

결국 재벌가 교육이라는 게 오로지 이윤을 극대화하고 재산과 사회적 지위를 지키는 것에만 집중된 탓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유한 환경에서 이런 교육만 받았기에 인간 존엄성에 대한 감각보다는 약한 사람들을 멸시하는 행태가 몸에 배 갑질로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갑질은 장기적으로 갑에게도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 부도덕한 리더를 가진 회사는 외부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돼 미래가 어두워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겠다. 가정과 기업, 사회가 훈육하고 계도하는 문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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