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년간 5%P씩 차감하며 고율관세 부과…부품 수입에도 적용
삼성·LG전자, "미국 소비자·근로자 부담 전가"…미국 공장 조기 생산으로 위기 탈출 모색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과 관련,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한 도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 및 LG 전자 세탁기.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일정 물량을 초과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양사는 이러한 조치가 궁극적으로 미국 소비자와 근로자의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면서 유감의 뜻을 피력한 가운데 미국 내 생산 공장의 신속한 설치로 타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미 무역위는 21일(현지시간) 향후 3년간 삼성·LG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중 매년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향후 3년간 매년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첫해에는 50%를 부과하고 2년 차에는 45%, 3년 차에는 40% 관세를 부과하는 TRQ(저율관세할당)이 적용된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를 매기되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제한조치다.

현재 미국 대형 가정용 세탁기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월풀(38%)이 가장 앞선 가운데 삼성(16%)과 LG(13%)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양사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세탁기는 연간 물량으로는 200만대 이상,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약 1조1천4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또한 ITC는 미국에 수입되는 부품에 대해서도 TRQ를 권고했다. 앞으로 3년간 수입되는 부품에 대해 첫해에는 5만대 분량을 초과하는 물량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듬해에는 그 물량을 7만대로 늘려 45%의 관세를 부과한다. 마지막 해에는 9만대 초과 물량에 대해 40%의 관세를 부과한다.

청원을 제기한 월풀 측이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소비자와 생산 공장 노동자들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법인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에서 ITC의 권고안에 대해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와 소매업자, 일자리에 파괴적인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며 "작은 관세라도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제품 선택의 폭을 제약하며 삼성전자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생길 일자리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LG전자 또한 ITC의 권고안에 대해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다"며 "권고안이 한국 기업의 미국 내 기반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현재 건설 중인 현지 공장의 정상적 가동,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사는 이와 동시에 미국내 생산라인 증설을 서둘러 이번 위기를 극복할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부터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세탁기를 생산하기 위해 350명을 채용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150명의 생산직 일자리를 더 충원할 것이다"며 "미국 정부가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의 근로자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또는 미국인을 위해 미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세탁기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제한할 어떤 구제조치도 부과하지 말아 줄 것"을 촉구했다.

LG전자 또한 권고안대로 세이프가드가 발효될 경우를 대비해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등 세이프가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양사는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에 세탁기를 수출하는 다른 국가 정부·기업들, 미국 공장이 소속된 주정부·정치권 인사들과 협력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동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 권고안을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를 받아들인다면,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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