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막아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공동 주최한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에서 한·미 FTA 재협상 과정 중 미국이 쌀·분유처럼 관세 장벽이 있는 농축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는 재협상 과정에서 농업 분야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미국의 강력한 추가 개방 요구에 얼마나 ‘선방(善防)’할 수 있을지 농민들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그동안 진행과정을 보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2007년 타결된 한·미 FTA 협정에 따라 공산품에 부과되는 관세는 대부분 폐지되거나 크게 줄어 미국 측에서 공산품을 협상의제로 거론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우리나라가 민감 품목으로 분류해 개방을 보류하거나 관세철폐 기간을 15년까지 장기화한 농축산물이 미국 측의 목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쌀을 비롯해 쇠고기·녹용·달걀·오렌지·감귤·포도·사과·인삼·고추·마늘 등으로 미국에 시장을 내줄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들이다.

자칫 한·미FTA로 인한 농업계의 희생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자료는 수치가 뒷받침하고 있다. 한·미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 농축산물의 수출 실적은 7억2000만 달러인데 비해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은 최고 74억4500만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농축산물 수출입 차이가 무려 열 배에 달하고, 그 만큼 농업인의 희생이 컸음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한우산업의 피해는 컸다. 한·미FTA 발효 이후 쇠고기 자급률은 36% 이하로 떨어졌고, 2011년 말 15만7000호에 달하던 한우농가는 8만5000호로 반 토막 났다. 한우 사육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대미 FTA 재협상에서 치밀한 전략적 접근이 요청된다. 미국이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는 농업 분야를 재협상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하고 추가 개방이 절대 불가하다는 전략을 우선 구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농업을 절대 희생양으로 삼지 않겠다는 자세가 긴요한 것이다. 농업은 지켜야 할 레드라인이며 특히 주식인 쌀에 손대는 순간 재협상은 끝이라는 ‘배수진’이 필요하다고 본다. 농업을 추가 개방에서 받아들인다면 국회 비준은 물 건너가고, 정권마저 내놓겠다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그러잖아도 힘겨운 농민들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의 싹을 자르지 말아야겠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되어도 ‘농업은 천하의 대본’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식량주권’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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