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性을 초월해 진실한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니 相生으로!

합장(合掌)의 의미를 아시는지요? 저는 제가 쓰는 모든 글의 마지막엔 <합장>이라고 씁니다.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도 공손하게 합장을 하지요. 원래 합장은 흩어진 마음을 일심(一心)으로 모은다는 뜻입니다. 그 합장은 두 팔을 가슴께로 올려 두 손바닥과 열 손가락을 마주 합치는 것입니다.

합장을 하면 마음이 경건해집니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는 행위자체로 마음이 정화(淨化)되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합장은 원초적으로 타고난 인간의 성스런 몸짓입니다. 이와 같이 합장은 사람이 가진 신성(神性)을 초월해 진실한 마음을 상대에게 전한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불가(佛家)에서 합장은 인사를 넘어 수행을 지향합니다. 합장은 지심으로 진리께 귀의하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손가락과 손바닥을 하나로 모으듯 진실한 마음만을 모아 그 간절함으로 불보살을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입니다. 또한 합장은 불보살이 아닌 일반사람들에게 하더라도 그 의미는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부처님으로 공경하겠다는 마음속의 다짐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합장할 때 손가락을 벌리면 교만심을 보이는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옛 도인(道人)들은 합장하는 모습으로 수행자의 마음을 살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수행인이라면 합장하는 것을 습관화 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합장을 할 때 다섯 손가락을 붙이는 것은 육근(六根)인 눈·귀·코·혀·몸 등이, 육경(六境) 즉, 색깔·소리·냄새·맛·감촉을 좇아 부산하게 흩어지는 상태를 한 곳으로 향하게 한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손바닥을 마주붙이는 것은 이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조정하여 의식(意識)을 모은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합장의 자세는 다툼이 없는 ‘무쟁(無諍)’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합장한 상태로는 싸움을 할 수 없으며 동정(動靜)과 자타(自他)의 화합을 뜻합니다. 이렇게 합장을 하면 상대를 높이게 되고 자신도 높아지게 됩니다.

상대보다 내가 낫다면 상대를 높이는 것만큼 나도 높아집니다. 상대에 비해 내가 모자라도 상대를 높이면 상대의 뛰어남이 부각되게 됩니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들은 상대를 높이는 것이 곧 나 자신을 높이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노자(老子)》에「不自見故明 不自是故彰 不自伐故有攻 不自矜故長」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 내보이려 않기에 밝게 드러나고, 스스로 옳다 여기지 않기에 옳음이 나타나며, 스스로 공을 이루려 않기에 공이 있고, 스스로를 높이려 하지 않기에 오래간다.”라는 말씀입니다. 자신을 높이기보다는 다른 이를 높이고, 자신의 공을 이루려 하기보다는 다른 이의 공을 말하고, 스스로 옳다 여기기 전에 다른 이의 옳음을 찾아,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기보다 다른 이를 자랑스러워함으로써 비로소 자신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다른 이를 낮추어봐야 나를 높이는 것은 되지 못합니다. 다른 이가 나보다 못하면 그를 낮추어봐야 내가 높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이보다 내가 못하다면 다른 이가 낮을수록 내가 더 낮아집니다. 다른 이가 못났는데 그보다 못난 내가 그보다 나을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지요. 남을 험담하고, 비난하며, 비하해봐야 나를 높이는 데는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상대를 높이고 존중하고 인정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나 자신을 높이고 존중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다른 이를 깎아내려 함께 낮아지기보다는 다른 이를 높임으로써 같이 높아지는 것이 수지맞는 장사이고, 더불어 내가 더 높아지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높이는 것은 다른 이를 높이는 합장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합장을 통해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좋게 하여 항상 화평(和平)한 마음을 갖게 되면 나도 화평한 얼굴을 갖게 됩니다. 반대로 남을 불안하게 하면 나도 또한 우울한 얼굴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에 안과 밖이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면, 그 사람도 내게 도움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하므로, 마음에 비록 싫은 사람이라도 상생하는 마음으로 말을 하고, 기운을 트며, 합장을 하는 마음으로 남을 대하면, 나에게도 그 기운이 응해 상생의 선연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언제나 인자하고 겸손하며, 빈 마음으로 굴기하심(屈起下心)하고, 경외지심(敬畏之心)으로 남을 공경하며, 덕화(德化)로써 상하를 두루 포용하고, 공부와 사업을 쉬지 않아 진급(進級)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합장의 의미를 되새겨 볼만 하지 않은가요? <김덕권 원불교 전 문인협회장>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