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임현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택배 물류센터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기자의 부모님이 한 때 이 곳에 인력을 공급하는 일을 하셨기 때문이다. 사람인지 기계인지 알 수 없는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가득한 풍경. 물류센터는 한 겨울 새벽에도 열기가 가득 했다.

우리나라 택배 배송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만큼 빠르다. 해외에서는 주문했다는 사실을 잊어갈 때 쯤 물건이 도착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재고 확보가 안 된 물건이나 수제로 만들어지는 제품의 경우 3일에서 일주일 정도 걸린다는 문구를 보고 구매를 포기하기도 한다. 예상 기간보다 도착이 늦어지면 사이트 고객문의란에 항의 글을 올리기도 한다.

자기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낮에 물건을 받을 수 있는 '로켓배송'과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저녁에 책을 읽어볼 수 있는 '도서배송'이 생겨난 이유다. 빠름을 강조하는 사회 풍토에서 내가 주문한 물건이 내일 모레 오는 것조차 '느림'이 되는 현실이다.

이 같은 서비스에 택배관련 종사자들의 노고가 따른 다는 것을 목격하고는 더 이상 배송메모란에 '빠른 배송 부탁드립니다', '물건 다치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같은 멘트는 쓰지 않게 됐다. 누군가의 고생을 채근하기에는 이미 매우 빠르고 안전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을 살펴보면 그동안 택배관련 종사자들이 겪었던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등록 돼 일반 근로자와 상이한 조건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초과근무 수당과 휴가 등에 정해진 규칙이 없었고, 산재보험도 적용되지 않았다. 또 전국 모든 소비자에게 배달되는 직종 특성상 길가에 잠시 주·정차하는 불가피한 상황에도 택배기사 개인이 사비로 과태료를 물어야했다. 소비자의 물건이 분실·파손 됐을 때에도 이 모든 책임은 물건을 나른 택배기사 과실이 된다.

"택배입니다"라는 말에 주인공이 버선발로 뛰어나가는 광고가 떠오른다. 택배는 이렇게 우리에게 반가움과 편리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온라인 쇼핑 발달로 생활밀착형이 된 택배산업의 성장을 유지하려면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와 부당 처우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피자업체의 '30분 배달 보증제'가 사라진 이유를 떠올려보면 택배기사의 희생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편리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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