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낮에 물건을 받을 수 있는 '로켓배송'과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저녁에 책을 읽어볼 수 있는 '도서배송'이 생겨난 이유다. 빠름을 강조하는 사회 풍토에서 내가 주문한 물건이 내일 모레 오는 것조차 '느림'이 되는 현실이다.
이 같은 서비스에 택배관련 종사자들의 노고가 따른 다는 것을 목격하고는 더 이상 배송메모란에 '빠른 배송 부탁드립니다', '물건 다치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같은 멘트는 쓰지 않게 됐다. 누군가의 고생을 채근하기에는 이미 매우 빠르고 안전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을 살펴보면 그동안 택배관련 종사자들이 겪었던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등록 돼 일반 근로자와 상이한 조건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초과근무 수당과 휴가 등에 정해진 규칙이 없었고, 산재보험도 적용되지 않았다. 또 전국 모든 소비자에게 배달되는 직종 특성상 길가에 잠시 주·정차하는 불가피한 상황에도 택배기사 개인이 사비로 과태료를 물어야했다. 소비자의 물건이 분실·파손 됐을 때에도 이 모든 책임은 물건을 나른 택배기사 과실이 된다.
"택배입니다"라는 말에 주인공이 버선발로 뛰어나가는 광고가 떠오른다. 택배는 이렇게 우리에게 반가움과 편리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온라인 쇼핑 발달로 생활밀착형이 된 택배산업의 성장을 유지하려면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와 부당 처우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피자업체의 '30분 배달 보증제'가 사라진 이유를 떠올려보면 택배기사의 희생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편리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임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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