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주택 공급 정책인 '주거복지 로드맵'이 29일 발표됐다. 공적임대 85만호와 공공분양 15만호 등 임기내 총 10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게 골자다. 정부가 6·19 부동산 대책에 이어 8·2 대책 등 부동산 수요억제에 치중했다면 이번 로드맵은 공급 확대책을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공급을 배제하고 수요만 규제하는 정책으로는 시장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드맵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적잖다. 우선 임기내 100만호라는 목표치가 현실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한정된 재원과 토지를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선 설명이 명쾌하지 않다. 국토부는 주거복지 로드맵을 추진하기 위해 연평균 29조9천억원, 총 119조4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예산은 13조4천억원, 기금은 106조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내년부터 100조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 뉴딜도 함께 추진되는 만큼 재원 조달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부채공룡'으로 불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담도 가중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100만호 중 LH나 지방공기업이 공공임대주택 65만호를 공급하게 된다. 문제는 주택 건설·매입·관리 비용 등이 LH에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토지를 민간에 매각해 부채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면 그만큼 지출은 커져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100만호를 지을 땅이 있냐'는 물음표를 던진다. 정부가 제시한 공급 목표치는 과거 정권과 견줘 월등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문 정부의 목표치인 공공임대 65만호는 박근혜 정부 55만1천가구, 이명박 정부 45만5천가구, 노무현 정부 39만3천가구보다 현저히 많다. 박근혜 전 정부는 행복주택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뉴스테이의 경우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받았다.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재정을 뒷받침할 여력이 있는지, 부지를 원하는 위치에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따져보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로드맵이 자칫 임기내 업적 쌓기로 비쳐선 곤란하다.

국민들은 촛불의 요구로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다. 역대 정권처럼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임기를 마친다면 향후 정권만 바꼈다는 소위 '그저 그런'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정적인 재원과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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