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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칼럼] 여·야 공멸
   
 

길고 긴 정쟁(政爭)의 세월은 민초의 삶, 민생을 어둡게 한다. 근래 여의도 정치를 보노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캄캄한 ‘함정’이 대한민국 국민 앞에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커진다. 고질적 정치싸움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혼란은 공전을 거듭하면서 공멸의 나락을 만나게 되리라는 ‘불온한’ 추론도 하게 된다.

한데 뭔가 달라지리라는 희망은 발견하기 어렵다. 왜 그럴까. 우리 정치는 대화와 협상, 타협과 양보의 기술이 부족하기에 그렇다. 그러면서 욕심은 많다. 모두 다 가지려 한다. 제로섬 게임에 능하다. 상대가 있는 정치임에도!

하긴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승자(勝者)의 기록’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승자만이 충신으로 기록됐다는 의미다. 권력을 둘러싼 파벌과 당쟁의 대립에서 승리한 자는 권력을 갖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역사를 재해석하고 그 권력이 잠시 계속되는 한 부귀영화를 누려온 과거의 역사를 새삼 이 연말에 되새긴다.

■타협 실종…다 쥐려는 정치인 탐욕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3년 전인 1589년 정여립의 역적모의 사건으로 당시 정권을 잡고 있었던 동인들 1000여명이 대거 숙청됐다. 서인의 거두였던 정철을 정점으로 한 서인들에게 다시 권력의 칼을 쥐어 준 선조는 비대해진 동인세력들을 견제하는 차도지계로 서인들을 등용해 한쪽으로 기울어 진 권력의 균형추를 복원한다. 그런데 그 복원의 폭이 너무 커서 1000여명의 동인들이 밀려나니 이제는 서인중심의 정권이 탄생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조선왕조 5백년 내내 충신론·역적론은 정권을 잡고 상대방을 밀어내는 논리로 작동하면서 당쟁정치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은 도요토시 히데요시(豐臣秀吉)를 중심으로 천하 통일 후 잘 조련된 조총부대를 앞세워 조선침략의 야욕을 드러내도 당시 조선의 문인계급은 애써 무시하는 방관으로 임했다. 훗날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결과를 초래했다. 조선 국왕 선조를 정점에 놓고 동인 서인은, 명분은 백성을 위하고 국왕에게 충성한다는 것이었지만 대부분의 신려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기득권싸움에 올 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힘을 합해서 국방을 튼튼히 하고 군사적인 대비를 해도 그 당시 동아시아의 판도를 가르는 국제전으로 치달았던 임진왜란을 잘 치른다는 보장이 없었는데도 당쟁으로 국론이 분열됐다. 게다가 신분계급사회의 경직성으로 외부의 큰 군사적인 도전을 극복하지 못했다. 죄 없는 백성들만 살상되고 삶의 고초를 그 전란의 후유증으로 처참하게 겪어야 했다. 민초의 수난사다.

■안보·경제살리는 의원들의 책무

그 역사적 교훈은 수백 년을 뛰어넘어 오늘 분단된 한반도에 더 크게 울리고 있다. 격동하는 한반도 주변정세를 보자.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지도부는 중화민족 부흥의 꿈(中國夢)을 앞세우고 일대일로(一帶一路), 곧 육·해상 신 실크로드 대전략을 추구 중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내각은 미국의 대 중국 견제전략인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에 기대어 전쟁 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향해 착착 나아가고 있다. 아베 내각은 미국과 ‘신(新)밀월’을 구가하고 있다. 

미·중·일·러가 자국 이익에 따라 민첩하게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100년 전 역사가 반복된다면 가장 위험한 곳은 동북아시아다. 특히 한반도는 남북 대치국면에서 자칫 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되기 십상이다.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체제 위에 전략적 한·중, 한·러 관계를 통해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민주평화통일의 초석을 다져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좌우 이념 갈등을 줄이고, 선진복지국가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능동적 외교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 국회는? 외교안보와 경제살리기라는 양대 과제를 구현토록 법적·제도적 뒷받침에 힘써야 할 책무가 무겁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우리 국회는 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이 도입된 2014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법정시한 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못하면서 오명을 남기게 됐다. 20대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한다. 하루살이 인생이 아닌 반만년이 넘는 역사 속에 긍지와 자부심에 불을 댕길 수 있는 나라의 지킴이들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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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주필 dtoday24@dtoday.co.kr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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